매일신문

[이웃사랑] 불임 끝 낳은 아들 잘 키우고 싶었는데…먼저 떠난 남편

시댁서 쫓겨나 중고컨테이너 살이… 우울증 속 극단적 선택 위기까지
아들 위해 정신 차리고 살아보려 해도 어깨, 허리 등 성한 곳 없어
기초생활수급비가 소득의 전부…고정 지출 생각하면 수술은 그림의 떡

지난 22일 남기현(가명·61) 씨가 비닐하우스 안에서 반려견 몽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22일 남기현(가명·61) 씨가 비닐하우스 안에서 반려견 몽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정훈 기자

너무 힘든 삶을 살다 보면 위험한 선택의 순간이 오기도 한다. 남기현(가명·61) 씨에게 위험한 순간이 찾아온 건 2020년 여름이었다. 우울증이 심했던 기현 씨는 조카딸이 맡기고 간 강아지 '몽지'에게 농약을 섞은 요구르트를 건넸다.

평소 요구르트라면 사족을 못 쓰던 녀석이 입에도 대지 않았다. 다음 날도 똑같이 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날에도 몽지는 앞발로 요구르트를 쳐냈다. 쏟아진 요구르트를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나 없으면 너 돌볼 사람도 없는데 어떡하려고!"

위로의 의미였을까. 몽지는 두터운 앞발을 기현 씨 어깨에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한평생 무겁기만 했던 어깨에 처음 전해진 온기였다. 죽음에 대한 생각따윈 잊을 정도로 따뜻하고 포근했다.

◆불임 극복하고 낳은 아들 남기고 세상 떠난 남편

기현 씨는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기현 씨가 두 돌 때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홀로 옹기를 팔고, 부업으로 소·돼지 등 가축을 키워 6남매를 키웠다.

그러던 중 둘째 오빠가 중증질환 진단을 받았다. 치료비만 350만원. 당시로선 상당한 거금이었다. 집도 팔고, 가축도 팔았다. 기현 씨가 16세가 됐을 때 둘째오빠가 입원한 병원이 있는 대구로 이사왔다.

어려운 형편에 중학교 졸업을 포기했다. 공부 대신 자개장 공장에 취직해 8년 동안 톱날 찌꺼기와 금전 관리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스물일곱살에 중매로 두 살 위의 남편과 결혼했다.

시댁에서 남편과 함께 농사지으며 생활하다 장사를 하려고 도시로 나왔다. 사실 시부모 곁을 떠났을 때 다른 목적이 있었다. 아이를 입양해 시부모와 친지들에게 자식인 척 보여주려는 게 이유였다. 임신이 되지 않아 난임 검사를 해보니 남편이 5번의 검사에서 모두 불임 진단을 받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문을 연 부식가게는 생각보다 장사가 잘됐다. 기현 씨 특유의 사람을 끌어당기는 성격이 한몫을 했다. 행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결혼생활 9년 만에 기현 씨 부부는 아이를 갖는 데 성공했다. 불임을 고쳐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 결과였다.

기적처럼 아들 박주호(가명·29) 씨가 태어났다. 부부는 주호 씨만큼은 원 없이 공부할 수 있게 해주자고 다짐했다. 기현 씨는 공장에 다니며 아들을 돌봤고, 남편은 시댁에서 농사를 지었다. 부부는 열심히 일했고, 사랑하는 아들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기적의 대가는 아들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을 때 치러야 했다. 남편은 건강검진에서 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판정 후 불과 20일 만에 위암은 3기로 진행됐고, 대장으로 전이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기현 씨는 아들과 함께 지냈던 빌라를 팔고 시댁에 머물며 남편의 암 투병을 도왔다. 지극 정성으로 돌봤지만, 남편의 암은 폐까지 전이되며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15년, 남편은 눈을 감았다.

◆시댁에서 쫓겨나 컨테이너살이…건강까지 악화

고난은 계속됐다. 시동생과 시숙부는 2007년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시부모의 집 명의를 자신들 앞으로 돌려놨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시동생 부부는 오갈 데 없는 기현 씨 모자에게 나가라고 통보했다.

어쩔 수 없이 남편 형제들의 공동명의로 돼 있는 개발제한구역 땅 안에 낡은 컨테이너를 두고 지냈다. 바닥 기초 작업이 안돼 있어 쥐가 바닥 장판을 갉아 들어오고, 수도가 없어 물을 길어와 생활했다. 그나마 최근에 오빠의 도움으로 바닥 공사를 했지만 여전히 집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거처다.

나빠진 건강도 기현 씨를 괴롭혔다. 남편을 떠나보낸 뒤 기현 씨는 다시 공장에 나가 일을 했다. 하지만 얼마 후 극심한 통증을 느껴져 결국 일을 그만뒀다.

어깨회전근개와 팔의 이두박근이 끊어졌다고 의사는 설명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 1천만원을 들여 팔과 어깨에 수술을 받았다. 그래도 팔을 들지 못해 스스로 머리를 빗지 못할 정도로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2018년부터 허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해 병원에 가보니 척추전방전위증 진단을 받았다. 뼈가 앞으로 계속 밀려 내려가는 병이라 했다. 이때부터 등이 펴지지 않아 보행보조기 없이는 걸을 수 없는 몸이 됐다.

지난 3월 12시간이 걸린다는 척추전방전위증 수술을 받기로 각오하고 병원을 찾았다. 수술비는 신용카드 대출에 아들과 친정 식구에게서 빌려 겨우 마련했다.

그러나 의사는 수술할 부위의 척추뼈가 급여로 인정되는 기준보단 건강해 수술비가 400만원 가량 더 필요하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비로 나오는 62만원이 소득의 전부고, 그마저도 카드 대출 상환금, 보험료, 공과금 등 고정 지출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상황. 수술은 당연히 포기해야만 했다.

아들은 현재 보험회사 인턴 직원으로 일하며 홀로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사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기현 씨는 일어서고 싶다. 하지만 굽은 등은 펴질 생각을 하지 않고, 두 어깨 위에 얹혀 있는 현실은 갈수록 무거워진다. 우울감을 떨치려 몽지가 있는 비닐하우스를 찾은 기현 씨. 몽지를 끌어안아도 막막한 두려움을 지울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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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포항 지진으로 무너진 주택 고치다 다친 김칠만 씨에게 2,193만원 전달

사업 망한 뒤 무허가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포항 지진으로 무너져 스스로 고치다 몸 다친 김칠만 씨(매일신문 12월 12일자 10면)에게 2천193만2천827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주)삼이시스템 10만원 ▷강종수 3만원 ▷박종천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박희숙 2만원 ▷신종욱 2만원 ▷박영수 1만원 ▷김리나 2천192원 ▷이장윤 2천원 ▷'김나현쌤' 10만원 ▷'지현이동환이' 1만원 ▷'지성이' 2천원 ▷'채영이' 2천원 ▷'어려운시기돕기' 500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남편 폭력 피했지만 교통사고 당해 거동 힘든 정래원 씨에게 2,575만원 성금

남편 폭력에서 겨우 벗어났으나 교통사고 당해 거동 힘들어 일도 제대로 못하는 정래원 씨(매일신문 12월 19일자 10면)에게 52개 단체, 171명의 독자가 2천575만1천167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주)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양홍석)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남명교회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삼보엔지니어링(이병호) 5만원 ▷선남의원(김홍구)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연합광고 (김천수)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신통신(주) 3만원 ▷두산에너빌리티(한창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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