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크 VS 시체관극' 공연장 예절 갑론을박…"종착지는 공연계 위축"

공연 관람 비매너 행위 '관크', 시체처럼 가만히 봐야하는 '시체관극'
안다박수, 필기진동 등 관크에 대한 여러 용어 등장도
"관크든 시체관극이든 결국 공연계는 위축돼…서로 배려할 수 밖에"

공연 예절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공연 예절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연말 연초를 맞아 공연계가 송년 공연, 신년 공연 등으로 활기를 띄고 있지만, 최근 공연장 예절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과도한 공연 예절과 무례의 종착지는 결국 공연계의 위축이라며, 과유불급의 정신을 지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0월, 기적의 주인공 '폴 포츠'의 내한 공연이 대구에서 열렸다. 폴 포츠의 목소리는 이내 공연장을 잠식시켰고, 관객들은 숨 죽여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때 어디선가 아리아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관객이 마스크를 낀 채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에서는 그 관객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지만, 그 관객은 공연이 끝날 때 까지 흥얼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공연장 예절을 지키지 않는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휴대폰 소리, 말하는 소리, 사탕·껌 봉지를 뜯는 소리 등 청각적인 방해에 더불어 큰 동작이나 시도 때도 없이 몸을 움직여 시각적으로도 다른 관객들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처럼 공연장 예절을 지키지 않는 이들을 가리켜 '관크(관객+크리티컬)'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구의 한 공연장 관계자는 "대표적인 관크는 '휴대폰 소리'다. 휴대폰을 끄거나 무음으로 해달라는 안내 방송을 꼭 하지만, 공연장에서 휴대폰 소리가 울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이 외에도 소위 말하는 '안다 박수' 등 다른 관객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고 토로했다.

'안다 박수'란, 말 그대로 '나는 이 곡을 다 아니까, 박수를 통해 이를 알리고 공연장 분위기를 리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치는 박수다. 대구의 한 앙상블 지휘자는 "관객 뿐만 아니라 지휘자와 연주자들도 곡이 끝나고 나서 여운을 즐긴다. 그런데 '안다 박수'가 나오면 그 여운을 음미할 수가 없다"며 "연주자들 사이에선 휴대폰 소리와 '안다 박수'가 최악의 관크로 꼽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크'와 정 반대의 뜻을 가진 '시체 관극'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시체 관극'이란 공연을 볼 때 시체처럼 미동도 없이 극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의 표현으로, 이가 너무 지나치다는 의미의 조롱의 표현이기도 하다. 과도한 공연장 예절 요구가 오히려 공연 관람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배우 손석구는 2019년 한 연극장에서 '관크'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한 커뮤니티에 "손석구가 큰 소리를 내고, 뒷좌석 시야에 가리도록 자세를 취했다"는 등의 의견이 올라왔지만, 손석구는 자신의 SNS에 "일부 관객의 그릇된 주인 의식과 편협·강압·폭력적으로 변질된 공연 관람 문화가 생겼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또 최근에는 한 기자가 뮤지컬을 보며 노트에 필기를 했는데, 옆 관객의 항의로 결국 퇴장까지 한 사실이 전해졌다. '관크'와 '시체 관극'이 정면으로 부딪힌 사례들이다. SNS에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지만, 작은 소리와 움직임에도 따가운 눈총을 받는 등 눈치를 본다"고 호소하는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관크'와 '시체 관극'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음에도, 결국 공연계의 위축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의 한 문화계 관계자는 "공연 예절도 과유불급이다. 관크, 시체 관극 등 그릇된 공연 예절은 결국 공연장을 향하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며 "정확한 공연 예절을 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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