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포스트 바이든 시대를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하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2024년은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11월의 미국 대선까지 전 세계 40개국 32억 인구가 선거판에 내몰린 선거의 해다. 2024년 세계는 전례 없는 다양한 문제들이 대두하고 있지만 정치판의 해결 능력은 보이지 않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정쟁만 넘쳐난다. G7을 비롯한 주요국 정치지도자들의 지지율이 40%를 넘는 나라가 거의 없다. 진정 리더십 부재의 시대다.

미중 세계 양대 강국의 전쟁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7년간 미중이 겉으로는 무역과 기술에서 전략 경쟁을 한다고 하지만 내면을 보면 국가의 운명을 건 안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부터 최근까지 미국 역대 정부가 채택한 대중 전략을 보면 오바마의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 전략부터 트럼프의 무역 전쟁, 바이든의 기술 전쟁 모두 미완의 전쟁이고 어느 하나도 깔끔하게 끝난 게 없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외교 전쟁, 무역 전쟁에서 기술 전쟁으로 오락가락한 미국의 대중 정책은 중국을 좌초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의 각성과 분발 그리고 내성만 더 길러준 양상이다. 미국의 대중 정책은 그 사이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의 57%에서 66%로 커져 버린 탓에 중국 완전 봉쇄는 물 건너갔고 동맹을 통한 중국의 확장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이 대중 정책기조를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말을 바꾼 건 이 때문이다.

어느 나라 선거든 나이와 출신에 상관없이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이가, 민초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이가 리더가 된다. 작년 9월 이후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압도하는 트럼프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1980년 이후 40여 년간 미국 대선에서 답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미국 GDP 성장률이 2%를 하회했을 때 집권당이 대선에서 이긴 적이 없다. 전 세계 경제 예측 기관 중에서 2024년 미국 GDP 성장률을 2% 이상으로 예측하는 기관은 없다.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의 47대 대통령이라는 'Agenda 47' 사이트를 통해 재집권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장사꾼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좌충우돌했던 4년 전과는 달리 트럼프는 더 강하고 독해진 모습으로 다시 대선에 도전하고 있다. 이젠 'America First'(미국 우선)가 아니라 'America Only'(미국 유일) 전략으로 바이든 정책에 실망한 미국민의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지지율을 보면 이 전략이 먹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놓고 IRA를 포함한 바이든 정부의 주요 정책을 엎어 버리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기술 전쟁에 올인한 바이든 정부와는 달리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양대 핵심 산업인 배터리와 반도체에서 미국의 감세와 보조금 정책에 따라 미국에 올인하는 전략으로 갔지만 만약 미국의 정책이 바뀌면 기술만 날치기당하고 실익은 못 챙길 가능성이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2년간 한국의 대미, 대중 정책은 큰 변화가 있었다. 한미동맹 강화와, 중국과는 미국에 보조를 맞춘 디커플링 전략을 구사했지만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판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년간 한중 관계는 최악이고 반중 정서 역시 최악이었다. 한국은 2023년에 대중 무역에서 92년 수교 이래 30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 적자를 냈다.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는 한국의 수출 효자 상품이지만 문제는 이들 산업의 대중국 소재 의존도가 40~80%를 넘어선다는 데 있다. 여차해서 사드 사태처럼 미중 관계의 악화가 한국으로 불똥이 튀는 상황이 생기면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산업은 소재 때문에 공장을 세워야 하는 불상사가 나올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 동맹은, 돈이 되면 동맹이지만 돈이 안 되면 그냥 지도자들끼리 밥 먹고 사진 찍고 헤어지는 것이다. 지금 한국 상황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에서는 중국 외에는 당장 다른 대안이 없다. 정치 동맹은 선택이지만 '소재의 이웃'은 선택 불가다.

미국 대선은 미중의 전쟁 양상을 바꾸고 한국의 산업 전략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한국, 이미 대선 판세가 기울어진 바이든의 정책에 그대로 동조하기보다는 포스트 바이든 시대의 변화를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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