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방촌동에서 주민들이 도로처럼 사용하던 사유지 통행이 울타리로 막히면서 심각한 불편과 안전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규제로 인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던 지주 측은 매년 재산세로만 수백만원을 내고 있다며 구청 측이 매입에 나서면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9일 찾은 대구 동구 방촌동 용호초등학교와 주택가 인근의 한 부지. 약 1천150㎡ 부지가 250m가량 길게 늘어선 울타리로 둘러싸여있었다. 울타리에는 '현재 이 필지는 개인 소유의 토지입니다. 11월 1일부터 주차를 금지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울타리 구역 안에는 '주차 금지' 문구가 적힌 나무 판넬이 서있었다. 설치된 울타리와 맞은 편 상가사이로 난 골목길이 이곳의 유일한 통행로인데, 성인 한명이 지나기도 비좁은 틈이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사유지 도로지만 30여년간 주민들이 관용적으로 차도와 공용주차장으로 이용해온 곳이다. 그러나 땅 주인이 지난 6일 울타리를 설치하면서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이 가로막혔다.
이 땅은 1993년에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 설치목적의 도시개발사업 구역으로 묶였다가 2020년 7월부로 도시계획 효력이 자동 소멸됐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적용에 따른 조치다.
일몰제란 지자체가 도시계획을 고시한 후 20년간 사업을 시행하지 않으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도시계획 효력을 풀어주는 제도다. 도시계획이 풀리기 전에는 토지소유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인근 주민들이 사유지임에도 수십년간 차도와 공용주차장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오랫동안 이 길을 이용하던 주민들은 마땅한 우회로가 없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차도로 쓰던 큰 길이 펜스로 막혀 주택가 사이에 난 좁은 골목길로만 통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 우모(51) 씨는 "2주 뒤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골목길은 폭이 좁아 이삿짐차가 못 들어온다고 한다. 작은 차를 추가로 불러야하는데 이사 비용이 더 비싸졌다"고 말했다.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인근 주민 이모(44) 씨는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해 질 정도로 도로가 좁아져 불나면 대처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지금은 방학이라 괜찮지만, 개학을 하면 학생들이 좁은 골목으로 등교해야 하고 학부모와 교직원 차량 통행도 많이 불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근에 사는 100가구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 문제의 부지를 동구청에서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지만 땅 주인 측은 통행로를 계속 막아놓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곳 부지 소유주 금모(81) 씨는 "여태 봉사정신으로 주민들 편의를 봤지만 최근에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매년 재산세로만 수백만원이 나가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며 "구청이 시세에 맞게 땅을 매입한다면 팔 의향은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통행권과 땅 주인의 재산권이 충돌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동구청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개인 사유지라 구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김상호 동구의회 의원은 "토지 소유주가 해당 부지를 기존대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한다면, 재산세라도 면제해 소유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의 대책을 고민 중"이라며 "동구청과 대책을 협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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