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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요건으로 국내기업만 때려잡는 플랫폼법 우려'…공정위 권한만 커지고 국내 기업 죽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관 부처에 공유한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의 사전 규제 대상 지정 기준에 "정량 요건뿐만 아니라 정성 요건으로 대상 기업을 정할 것"이라는 해명자료를 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유관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기준을 적용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빠지고 국내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들어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022년 매출 등의 기준으로 연매출 1조4700억원(이용자 수 750만명 이상)이거나 4920억원(시장점유율 75% 이상) 이상인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된다. 상당수 유니콘 기업들이 중개 플랫폼 기반 수수료 중심이어서 향후 몇 년 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상당 부분이 수수료 매출인 토스는 2022년 기준 연매출이 1조1888억원이다. 수수료 비중이 높은 두나무(업비트) 역시 2022년 매출 1조2492억원으로 공정위 기준에 근접해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단순히 매출액이나 이용자 수만 많다고 지정되는 것은 아니며 유니콘 기업이 규율 대상이 된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정량 요건뿐만 아니라 정성 요건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법을 두리 뭉실하게 만들고 공정위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대상 기업을 설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량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시장 진입 가능성이 용이한지 여부 등 정성요건을 검토하여 공정위가 시장지배력 있는 사업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자의적인 기준으로 기업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공정위의 재량에 불확실성과 불안감만 더 커질 것이다",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공정위가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공정위는 시장점유율 70%인 CJ올리브영의 갑질 의혹에 대한 조사에서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 논란이 됐다. CJ올리브영이 성장하는 동안 랄라블라, 롭스 등은 폐업했다.

이미 경쟁사들은 폐업해 공정위가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란 예상이 업계에서 나왔지만, 공정위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까지 시장을 넓게 해석해 18억여원으로 크게 과징금이 줄었다.

공정위 권한이 커지는 반면 글로벌 기업은 법망을 피해 국내 기업만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빅테크기업 등이 업계 예상보다 매출을 적게 기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공정위는 매출 신고제를 운영해 제대로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 직권으로 매출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카카오톡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유튜브의 국내 이용자는 4000만명이 넘지만, 구글코리아의 2022년 매출은 3449억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공정위 기준에 따르면 플랫폼 사전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추정한 구글의 한국 매출은 10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해외 기업들이 공정위 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결국 국내 기업들만 규제 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국가 간 통상 문제나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한개입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지난해 6월 일부 승소 결과가 나왔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을 주장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진행된 분쟁은 지난 2022년 8월 한국 정부가 2억165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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