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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하다 보니 2억원 더 필요”… 리모델링 예산 2배 늘인 대구 북구의회

상임위별 5~7명 공용사무실 '1인 1실'로 개선 취지
공사비 2억7천만원→4억7천만원으로 증액
부족한 예산은 공공운영비 충당 후 추경 반영 계획
시민단체 "의회 스스로 예산 심의 기능 부실 인정한 셈"

대구 북구청, 북구의회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북구청, 북구의회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북구의회가 신청사 건립 대신 현 사무실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설계 과정에서 처음 계획된 예산에 2배가 달하는 돈이 투입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의원들과 시민단체는 예산의 적절성을 평가해야 하는 기초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북구청은 이달부터 오는 3월까지 청사 5층에 위치한 북구의회 의원실을 리모델링 할 계획이다. 현재는 상임위별로 5~7명의 의원들이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는데 리모델링을 통해 1인 1실을 만드는 차원이다. 리모델링에는 공사비 4억7천만원, 이사 비용 2천200만원 등 약 5억원이 투입된다.

당초 북구청은 오는 2026년까지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북구의회 청사를 동편 별관 자리에 지을 예정이었다. 이후 예산 부족 등 신축 계획이 보류되면서 현재 5층 공간을 리모델링해 의원 개별사무실을 만들기로 했다. 대구 기초의회들 중 개별 사무실이 없는 곳은 북구의회가 유일해 그동안 의원들의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공사비 2억7천만원 등 3억원의 예산으로 책정됐던 리모델링 예산이 갑자기 2억원이 더 불어난 지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구의원은 "이미 통과된 예산에 공사를 맞춰서 진행해야 하는데, 자재값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사실상 2배 가까이 증액한 것"이라며 "의원들 대다수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 그대로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사를 진행하는 북구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처음에는 구청 차원에서 가설계안을 계획해 예산을 책정했었는데, 막상 공사를 앞두고 건축사무소를 통해 실시설계를 진행하니 필요한 돈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처음 가설계안을 짤 때는 방 3개당 1개씩 냉·난방기를 계획했었는데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개별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등을 추가하다 보니 금액이 커졌다"며 "공공운영비에서 일부 예산을 충당하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공공운영비를 다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이번 일은 북구의회 스스로가 예산 편성을 부실하게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감시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인데 본인들이 쓰는 예산조차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고, 나중에 예산을 증액한다면 누가 의회의 예산 심의 기능에 신뢰를 갖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구의회는 지난해 의전차량 명목으로 예산 9천280만원을 들여 제네시스 G80 전기차(EV)를 사려다 '고급차 논란'이 불거지자 차량 구매를 취소한 바 있다. 당시 책정된 예산은 전액 반납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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