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료 개혁’ 환영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는 신중해야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증원 규모가 1천 명 이상, 많으면 2천 명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2020년처럼 증원 규모를 덜컥 정한 게 아니라' 의료계·환자 단체·대학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나 치밀하게 조사한 것인지 의문이다.

의대 교육은 이론 지식뿐만 아니라 환자를 진료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경험과 현장 지식이 많이 필요한 분야다. 입학 정원 확대를 희망하는 대학들이 그런 교육 준비를 갖추고 있을까. 의대 교수들 중에는 지금도 진료 부담이 커 강의 준비가 원활하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다. 수익이 적다는 이유로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등 교원 증원을 등한시해 온 대학들이 교육 내용에 부합하는 전임 교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학생은 필요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할 수 있고, 환자들은 생명과 건강을 '어설픈 의사'에게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필수 진료과의 정원 미달은 의료수가가 낮고, 환자 수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지방 도시에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 취약지에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하는 '지역수가제' 등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의대 정원을 늘려 공급이 늘어나면 의사들은 없던 수요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과잉 진료, 환자 동의 아래 실손보험 빼먹기 등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마찬가지다.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근무한 후에는 수요가 많은 곳으로 떠나기 마련이다. 정부는 고령화에 따라 의료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질병이 과연 의사의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문제인지, 간호·요양 영역 확대로 해소할 문제인지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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