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맥사·배달식에 젊어진 황제병 '통풍'

퓨린 섭취 혈액 속 요산 증가 주된 원인
발병 증가세…20대 48.5% 늘어 '최고'
하진 관절 부어 오름·극심한 통증
단백질 적정 섭취, 탄산·음주 피해야

통풍에 걸린 발. 픽사베이 제공.
통풍에 걸린 발. 픽사베이 제공.

62세 남성 A씨는 최근들어 왼쪽 발목에 통증과 붓기가 심해져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돼 병원을 찾았다. 5년 전부터 엄지발가락 쪽이 아프고 부어 간혹 동네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 받았지만 1년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번은 엄지발가락이 부어올랐다. 그러더니 병원 방문 이틀 전부터는 왼쪽 발목이 아프고 발등까지 빨갛게 부어올라 결국 류마티스내과 진료실의 문을 두드렸다.

A씨를 괴롭힌 이 병은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뜻의 '통풍'(痛風)이다. 옛날에는 고기와 술을 즐기며 뚱뚱한 사람에게 잘 생겼다는 의미로 '황제병', '귀족병'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젊은 층에게까지 퍼지고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과도한 음주·고지방고단백 식이가 부르는 고통

우리나라의 통풍 유병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통풍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43만953명에서 2022년 50만9천699명으로 18.3% 증가했다. 이 중 연령대별 증가율을 살펴보면 20대 48.5%, 30대 26.7%, 40대 22.6%, 60대 17.1%, 50대 6.9%, 70대 3.8%로 각각 집계됐다.

통풍의 주된 원인은 '혈액 속 요산의 증가'다. 김지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요산은 '퓨린'이라는 물질을 몸에서 분해하면서 생기는 물질인데, 대부분의 포유류는 요산 분해요소가 있지만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는 요산 분해효소가 없다"며 "요산이 과다 생상되거나 제대로 배설되지 않으면 결국 통풍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에 통풍 발생률이 높은 이유도 요산을 만드는 원인물질인 퓨린이 많이 든 음식을 자주 섭취하기 때문이다. 퓨린이 많이 들어간 대표적인 음식이 맥주, 육류, 조개, 새우, 등푸른 생선, 과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 등으로 자주 섭취하면 혈중 요산이 증가하게 된다.

통풍의 고통을 표현한 19세기 그림.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통풍의 고통을 표현한 19세기 그림.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통증이 없다고 다 나은 것은 절대 아니다

통풍의 증상은 관절과 관절 주변의 부어오름, 열감 및 극심한 통증 등이다. 주로 엄지발가락, 발등, 발목, 무릎과 같은 하지의 관절에 생기지만 드물게 손목, 손가락, 팔꿈치에도 나타난다.

진단하는 방법은 피 검사, 관절액 검사, 이중 에너지 CT 등이 있다. 피 검사에서 혈중 요산 수치가 올라가 있거나, 부어 있는 관절에서 관절액을 뽑아 요산 결정이 있는지 관찰하거나 CT 촬영을 통해 요산 결정이 관절 주위에 모여있는지를 확인해서 진단한다.

통풍은 급성 통풍 발작 시기와 통풍간헐기로 나뉘는데 급성 통풍 발작은 갑자기 관절이 붓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다. 그러다가 증상이 가라앉으면 통증이 없는 통풍간헐기로 접어드는데 이 때 다 나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통풍 발작이 계속 반복돼 관절 손상까지 올 수 있다.

급성 통풍 발작이 발생하면 비스테로이드소염제, 콜히친,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을 먹어서 통증을 조절한다. 발작이 있을 때 단기간 복용하고 발작이 지나가면 중단한다. 이후 요산저하제를 통해 몸 속의 요산을 낮추고 관절 주위에 요산이 쌓이는 것을 치료하고 예방한다. 몸 속 요산 수치의 적정범위는 3~6㎎/㎗ 정도다.

김 교수는 "통증이 없다고 요산저하제 복용을 멈춘다면 다시 요산이 통풍결절을 만들어 관절 주위에 계속 남아있게 되고 다시 통풍 발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꾸준히 요산저하제를 복용해서 요산 수치를 낮추고 관절에 쌓인 요산결정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 식이·생활습관 개선 없으면 낫기 힘들어

통풍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퓨린 함량이 높은 식품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다. 고기의 내장류나 과당이 많은 탄산음료는 퓨린 함량이 높으므로 가급적 피한다. 또 음주도 가능한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맥주만 안 먹고 다른 술은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는데 대부분의 술이 통풍에는 좋지 않다"며 "통풍이 있을 때는 술은 가급적 중단하고, 고기나 생선 등은 적정량만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비만하다고 해서 체중 감량을 너무 심하게 하면 오히려 혈중 요산 농도가 증가해 일시적으로 통풍이 악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근육량 증가를 목적으로 단백질 섭취를 권장량보다 초과해 섭취하는 경우에도 통풍이 발생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섭취가 권장된다.

도움말 김지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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