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비트코인과 엘살바도르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깼다. 11일 장중 원화기준 1억원을 돌파했다. 가격이 더 오른다는 전망이 많다. 우선 4월 19~21일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때인데, 앞서 세 차례 반감기마다 3~5배 값이 올랐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도입도 불을 붙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는 두 달 만에 비트코인 약 20만개를 매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전망도 한 몫 한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높거나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등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돌발 변수가 발생해 폭락할 수도 있다.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가격 상승을 간절히 바랄 것이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부켈레 대통령 주도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했고, 현재 2천381개를 보유 중이다. 비트코인이 법정통화인 나라는 엘살바도르 뿐이다. 매입 당시 약 1천415억원이던 가치는 현재 약 2천123억원으로 올랐다. 한 때 가격 급락으로 위기에 몰렸던 부켈레 입장에선 현 상황이 감개무량할 만큼 고마울 터이다.

2019년 6월 취임한 1981년생 부켈레는 지난 달 4일 대선에서 압도적 표 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엘살바도르는 대통령 중임은 가능하지만 연임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5년 단임제' 헌법 규정을 친정부 대법관들은 '선거 6개월 전 휴직 시 연임 가능'으로 해석했다. 대중적 지지도 컸다. 부켈레의 '마노 두라(mano dura ; 철권통치)'로 성인 인구의 2%인 약 7만명이 수감됐다. 중남미 최대 교도소도 지었다. 2015년 인구 10만명당 106건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던 살인율이 2022년 8건으로 급감했다.

중남미 지도자들은 복장부터 정책까지 부켈레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다. 부켈레는 위대한 영도자가 될 수도, 악명 높은 독재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비트코인 가격이 변수다. 차익 700억원 덕분에 영웅이 됐는데, 그 반대도 가능하다. 비트코인 세계 최다 보유 기업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로 19만3천개(시가 약 17조2천132억원)를 갖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약 80배다. 현재 차익은 9조1천771억원으로, 엘살바도르의 130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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