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윤 대통령 지지율과 총선

이호준 편집국 부국장
이호준 편집국 부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조용하다. 취임 후 이렇게 언론과 여론에서 벗어났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사흘들이로 일간지 1면 등 주요 면을 장식했으나 최근엔 뉴스 비중이 줄었다. 해외 순방 때마다 구설·논란이 일었고,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한일 관계 회복, 3대 개혁 등 민감한 정책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로 하루가 멀다 하고 이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의 뉴스가 쏟아졌다. 국정 운영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다.

그런데 조용하니 더 인기다. 윤 대통령이 뉴스 메인에서 서서히 사라지면서 지지율은 오르기 시작했다.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민의 관심이 정당의 후보 공천에 쏠렸고, 대통령 개입 논란도 거의 없다 보니 윤 대통령에 대한 언급 자체가 크게 줄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등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천 파동 등 이슈 메이커들이 연일 이목을 끌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도 감소했다. 그런데 지지율은 올랐다.

지지율 상승은 김 여사가 디올 백 사태 후 칩거에 들어가고 수습 과정을 거치는 시기와도 맥을 같이한다.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 명품 가방 논란 후 12월 네덜란드 순방을 끝으로 모습을 감췄다. 이후 김 여사 관련 새로운 논란거리가 더는 나오지 않았고, 지난달 윤 대통령이 신년 대담에서 충분하진 않지만 직접 관련 언급을 하고 유감을 표하면서 명품 가방 사태는 숙지는 모양새가 됐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한국갤럽 조사 기준 2월 첫째 주 29%까지 내려갔던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셋째 주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 마지막 주(39%)엔 40%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첫째 주 3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둘째 주 52%로 시작했지만 한 달 만에 43%로 떨어졌고, 그 후로는 30%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올 들어선 주로 30%대 초반에 머물렀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40%대 안팎의 지지율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다. 윤 대통령 중간평가라 할 수 있는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 절반 이상 확보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급격한 레임덕 우려도 있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두말할 필요도 없고 선방한다 해도 당선 국회의원들이 공천에 사활을 걸었던 총선 전처럼 대통령 눈치를 보며 맹목적인 지지를 보낼 리 만무하다.

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새판이 만들어질 수 있고, 무게중심도 용산에서 여의도로 옮겨갈 개연성이 크다. 앞선 당 대표들과 달리 약하다는 얘기도, 실권이 없다는 말도 안 나온다. 당내는 물론 야당을 상대로 휘둘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 초보라는 우려와 지적이 많았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총선 후 윤 대통령의 입지가 더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동훈은 한동훈이고 윤석열은 대통령이다. 여의도는 여의도고, 용산은 용산이다. 최근의 지지율이 잘 보여준다. 대통령 본업에 집중하고 충실하면 된다. 존재감을 드러내며 온갖 논란으로 시끄러울 때보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일을 하고 있을 때 더 사랑받고 지지받을 수 있다는 걸. 태평성대의 대명사인 중국 요순시대엔 왕이 누군지도 몰랐다고 하지 않나.

국민은 그리 대단하고 슈퍼맨 같은 대통령을 원하는 게 아니다. 갈라치지 않고 국민을 위한 길을, 원칙을, 정책을 묵묵히 걸어가고, 지켜가고, 펼쳐나가는 대통령을 원한다. 총선이 끝나더라도 레임덕 없는 윤 대통령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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