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의대 교수 대 윤석열의 Operation

이정훈 명지대 객원교수
이정훈 명지대 객원교수

우리는 의료계의 수술과 군사 분야의 작전, 정보 세계의 공작을 다른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영어는 똑같이 operation으로 적는다. 정보 세계의 꽃인 공작은 '속여 넘기기'다. 중국의 손자는 '병법은 속임수'라며 "병자 궤도야(兵者 詭道也)"라고 했다. 수술도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마취를 한 후에 한다.

위대한 리더십일수록 성공적인 세뇌를 한다. 지난 세기 경북이 낳은 최고 영웅 박정희는 공전절후의 설득가였다. 사람 빼고는 가진 게 없었는데도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라고 선동해 민족중흥을 일궈 냈다. 그러나 그의 딸은 희대의 사기인 촛불시위에 녹아내렸다. 이쯤 되면 정치와 선거공학도 operation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지방의 필수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수련병원의 가동률이 급락하자 반대 바람이 일었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잘한다'는 39%에서 36%로 줄었다. 정치를 예측하려면 작은 것만 아니라 큰 것도 봐야 한다.

이번 의료 개혁의 요체는 지방에도 있어야 하는 중소·전문병원을 키우자는 것이었다. 수련병원에 가지 못하게 된 환자는 이런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이 병원들이 막 시작된 반사이익을 자랑할 순 없다. 이들로서는 유구무언이 정답이다. 비명은 수련병원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런 병원은 대개 많은 기자를 배출한 명문 대학 산하에 있다.

'의료 개혁의 시작'이 아니라 '의료 대란' 기사가 늘어난 것은 기자들이 익숙한 수련병원을 찾은 탓이다. 요즘은 지지하는 댓글이 많아야 좋은 기사란 평을 받는다. 신기하게도 이런 기사에 지지하는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경수의 드루킹 사건을 겪었음에도 우리는 '댓글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정치 여론은 소신에 가깝기에 중도파가 아닌 한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취임하고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하자 쌍특검 등을 밀어붙였던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은 주춤했다. 맹자는 '천시(天時)보다는 지리(地利), 지리보다는 인화(人和)'라 했지만 현실에서는 '운(運)'인 천시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물이 들어왔을 때 배를 띄우는 '편승(便乘) 노력'을 해야 정치 여론을 잡아볼 수가 있다.

이 대표는 빠르게 대응했다. 영주 출생의 '병역 기피자' 임태훈과 시민회의 추천의 반미-종북 운동가를 사절하고 '목발 경품'의 정봉주를 쳐낸 것. 그리고 윤석열 지지율 3%포인트 하락이 발표됐으니 이 대표는 승자로 보일 수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는 의료 사태 때문에 중도층의 윤석열 지지율이 38%에서 24%로 줄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의료 사태에 묵언(默言)하고 있다. '강남좌파'가 있겠지만 의사들은 보수 세력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의대 교수들도 민주당으로부터 정치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타협을 염두에 둔 노력을 한다. 전공의들은 한 달 전에 집단 사직을 했는데,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던 이들은 3월 25일 이후에야 자율적으로 집단 사직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율적'과 '집단'은 충돌하는 개념인데 묶어 놓은 것은 기득권 때문일 수 있다. 수련병원은 인건비가 적은 전공의를 확보해 수익을 높였고, 그 혜택은 교수들도 누렸다. 전공의들은 전문의가 됐을 때 오는 큰 이익을 기대해 적은 봉급을 감수했을 것인데, 이러한 사슬은 수련병원이 활성화돼야 유지된다. 반대면 '공망(共亡)'으로 간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보호보다는 공망에 더 주목할 것이다. 일주일이 흐르는 사이 언론이 지방·중소·전문병원 육성의 필요성을 다시 알아차린다면, 중도층 여론은 반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 이를 뒤집으려면 전국의 의사가 일어나 단체행동을 해야 하는데, 반사이익을 보는 의사도 있으니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대 의대 교수라는 '보보(保保) 대립'에서 어부지리를 보자는 민주당의 operation은 허망해질 수 있다.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이 대통령 윤석열을 만들었듯, 의료계와의 갈등이 윤 대통령에게 대선-지선-총선 3연승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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