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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수출 역성장 '착시 현상'…배터리 3사 해외 생산 비중 90% 돌파

한국무역협회 '2차전지 수출 변동 요인과 향후 전개 방향' 보고서

주요 2차전지 제조사 해외 생산 비중. 한국무역협회 제공
주요 2차전지 제조사 해외 생산 비중. 한국무역협회 제공

지난해 한국의 2차전지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실적에는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 증설이 무역 통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차전지 수출 변동 요인과 향후 전개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차전지 수출은 98억3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2015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무역협회는 '해외 생산 확대'가 2차전지 수출 하락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실제 작년 11월 기준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해외 생산 비중이 92.4%로 집계돼 국내 생산 비중이 10%를 밑돌았다.

기업별로 보면 한국 최대 배터리사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와 중국에서 각각 47.5%와 38.4%를 생산했다. 또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헝가리(77.2%)와 중국(77.1%)에서의 생산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국 배터리 3사가 진출한 유럽 국가는 2차전지 수출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최대 생산 거점인 폴란드와 헝가리는 한국과 독일을 제치고 작년(1∼9월 기준) 세계 이차전지 수출 상위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수출 증가율도 65.9%, 66.2%로 상위 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현재 배터리 3사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 생산이 본격화하면 해외 생산 비중은 최대 95% 이상으로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3사의 해외 공장 생산 제품들은 기업들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 통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로 집계되지는 않아 수출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한국의 2차전지 수출액은 줄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29.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실적과 별개로 2차전지 기업들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해외 생산시설 이전은 일자리 축소 등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 주력산업으로 부상한 2차전지 분야 기업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국내 생산라인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도원빈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안정적 공급망 구축 차원에서 국내 이차전지 제조 시설 확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배터리 제조 시설에 30%에 달하는 투자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만큼 우리도 경쟁국과 동등한 투자 환경 제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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