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여 년 눈비에 깊숙이 젖어버린 삶, 언제쯤 활짝 개어 꿈인 듯 내다 말릴까. 하늘도 어쩌지 못해 보고만 계신 걸까. 이젠 모두 잊고 담담히 걸어가야겠다."('시인의 말')
시인은 지나간 시간의 깊이를 복기하면서 현실세계와 이상세계를 아우르는 적빈(赤貧)과 청아(淸雅), 적요(寂寥)의 시세계를 적시하고 있다. 긴 세월 걸어온 발자국에 찍힌 허무를 주워 만지작거리다 그 허무를 새로운 의미로 재생시키는 식이다.
"끙끙 앓는 소리라도 내 보렴/ 살아있다는 건 숨 쉬는 것/ 존재 증명이란 죽기보다 더 어렵다."(시 '생존연습' 중)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여정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데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가 부여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생존의 힘은 그저 존재하는 일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다.
"한 번 보고 두 번 봐도/ 그러 다 피고 지는/ 그냥 그런 꽃이지만/우리 여기 머무름도/ 그중 그런 꽃 하나라네."(시 '그런 꽃')
시인은 무언가 소진돼버린 빈 공간에서 새로 돋아나는 가치를 낚아 올려내는 혜안을 가졌다. 고달팠지만 결코 헛되지 않았을 인생이 한구석에 감춰져 있다 희망과 사랑의 이름으로 들춰져 보여지고 있다. 124쪽, 1만2천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