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심? 민심? 전대룰 두고 옥신각신…국힘, 지금 이럴 땐가?

차기 지도부 선출 갑론을박…당원·여론조사 소모적 다툼
“당비만 내고 권한은 전혀 없다” 정당 정치로 복원 목소리 높아
총선 참패, 대통령실로 화살…근본적인 체질개선은 등한시
외부 수혈로 인사난 해결 안돼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참패 후 차기 지도부 선출을 준비 중인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규칙개정을 놓고 좌충우돌하고 있다. 당의 중심을 세우고 켜켜이 쌓인 민생현안을 경주해도 모자랄 판에 리더를 뽑는 룰을 두고 갑론을박으로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에 여권 지지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원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나

국민의힘 수도권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당헌에 '당원투표 100%'로 규정된 경선 방식을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적용, 민심을 반영하자는 개정 목소리가 나오자 대중 정당임을 포기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을 지역구로 둔 윤상현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개최한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은 75대 25(당원 대 일반 여론조사 비율)인데 우리는 70대 30에서 당원 100%(가 됐다)"며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서 룰 개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인은 역시 총선 직후부터 전당대회 룰을 '당심 50%, 민심 50%'로 바꾸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경선 규칙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개정됐다. 그전까지는 '당원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방식이었다.

하지만 당의 핵심지지층을 중심으로는 정당정치의 복원을 위해선 당원 중심의 의사결정구조가 더욱 견고해져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진다. 당비 내는 당원이 명실공히 당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태호 의원은 "대표는 당심으로 뽑는 게 맞다"며 현행 '당원투표 100%' 유지에 힘을 실었다. 당 대표와 선거에 나설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는 주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당대표 선거는 타당 지지자도 투표권을 행사하는 불합리가 속출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 대표는 당원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원들만 선거권을 갖는 잔치가 돼야 하는 게 맞다"며 기존 방식을 이어나갈 것을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당을 대표해 선거에 나올 사람을 결정할 때는 유권자의 의중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여론조사가 필요하지만 당의 대표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여론조사 만능주의가 정당의 선명성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당원들을 중심으로는 "당비만 내고 권한은 하나도 없는 당원이 왜 필요하냐 차라리 모든 걸 여론조사로 결정하지"라는 성토까지 나온다.

◆대통령탓 남탓만 하는 여당

이와 함께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 이후에도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한 고찰 없이 대통령실로 화살을 돌리는가 하면 당 차원의 인적 쇄신안이나 뼈를 깎는 위기 타개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민 의원은 18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후보 책임이 제일 크다"면서도 "그 뒷배경의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불통, 오만, 독선, 일방적 국정운영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있었다"고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

이 의원 외에도 여당 내에서는 이번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하고 대통령실을 향해 국정기조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선 총선 패배의 원인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반목하는 것은 야당이 가장 바라는 '그림'이라며 위기일수록 힘을 합쳐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훈수를 두고 있다.

또한 여당 차원의 혁신방안과 인적쇄신 방향도 서둘러 내놔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선 선거의 당사자인 여당이 일신의지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구도', '후보', '정책' 가운데 당 차원의 준비가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그리고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한 문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체적으로 대권주자를 키우기보다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에 의존해 정권교체에 나서려는 안일한 행태까지 보이고 있어 수권정당이 맞느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또한 공당이라면 내부에서 인물을 키워 대통령 후보로 내놓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당원교육의 내실을 다지고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외부 인사 수혈도 신중해야 한다는 당부다.

당이 아쉬울 때 당원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살려달라고 하다가도 형편이 좀 나아지면 당원보다 외부인사에게 기회를 주어지는 현 상황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선거에 임박한 공천과정을 통해 후보군을 찾을 것이 아니라 평소에 인재풀을 마련해 정치적으로 훈련시켰다가 선거에 내보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웰빙의원, 전투력없는 의원 퇴출시켜야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를 두어 달 앞두고 공천 공고를 내서 사람을 모으고 거기서 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을 어떻게 아직도 고수하고 있느냐"며 "정당은 신념공동체인데 그렇게 모인 어중이떠중이가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 당의 주인인냥 행세하는 꼴불견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수정당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웰빙 정당 분위기도 뜯어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여전히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점잔만 빼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정치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전투력'을 갖춘 국회의원들이 필요한데 여당 내에선 선량의 특권만 내세우는 인사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에게 무기는 말이고 국회는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당 지도부는 큰 틀의 전략으로, 소속 국회의원들은 정연한 논리로 야당의 정치공세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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