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여일 만에 열린 尹·李 회담…이태원·채상병엔 대립, 의료개혁·증원엔 공감

李 “국회 결정에 수용`존중을”…尹, 이태원 특별법 거부 의사
민생지원금…1인당 25만원 지역화폐 요구 李 “지방 지원 효과 매우 커"
의료 개혁안…李 “국회 공론화 특위가 해법 여야·의료계 함께 논의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이 대표, 윤 대통령,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이 대표, 윤 대통령,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정부 출범 700여일 만에 머리를 맞대로 회담에 나섰지만 별도 합의문도 도출하지 못한 채 상호 간 이견만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와 민생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했고 합의에 이르지 않았지만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4·10 총선 결과로 집권여당이 참패하며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 속 양자회담이 열렸으나 꽉 막힌 각종 현안을 풀어주는 속 시원한 장면을 연출하지 못해 씁쓸한 뒷맛만 남겼다.

◆이재명, 특검·특별법 고리로 작심 비판

이날 양자회담은 애초 의제를 두고 실무진 간 협의가 결렬됐고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둔 만큼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강했다. 자연스럽게 회담에선 이 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입장을 설명하고 비공개회담에서도 사안별 이 대표 발언에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위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모은 건 단연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각종 특별법,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 등에 대한 양자의 입장에 쏠렸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과거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물론 채상병 특검법·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 민의를 존중해 달라"며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고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며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159명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순직 사건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모두발언이 있은 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경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독소 조항이 있다는 말씀으로 이 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씀을 했다"며 "여야 간 필요하다고 하면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은 있었다"고 전했다.

◆민생지원금 지급, '가족' 의혹 정리 요구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공약한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을 윤 대통령 면전에서 직접 요구했다.

그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 회복 지원금은 꼭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지역화폐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역점 추진한 사업으로, 같은 방식으로 민생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한 것이다.

이 대표는 김건희 여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가족 등 주변 인사'로 지칭하며 사실상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요구했다.

그는 채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 수용을 요구한 뒤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한 '여러 의혹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재추진을 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야권 단독으로 통과시킨 김건희 특검법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히자 민주당은 총선 직전인 올 3월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한 상태다.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5월에 특검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지만, 여소야대가 이어지는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재발의해 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공조하면 또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

◆의료 개혁에는 공감 및 협력 약속

다만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의료 개혁에는 공감을 표하고 협력을 약속했다. 이날 회담 테이블에 올린 의제 가운데 유일하게 윤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한 사안이었다.

그는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서 시작한 의료 개혁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그런데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정부도 이미 증원 규모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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