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을 거절하고 40년째 현장 계산대를 지킨 미국 대형 마트 직원이 14억 원 규모의 퇴직연금을 모은 사실이 11일 전해졌다. 화려한 직함 대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업무를 택한 직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파격적인 복지로 보답한 코스트코의 경영 철학이 눈길을 끈다.
미국 코스트코 소속 캐셔인 바자 씨의 퇴직연금 계좌 잔고는 100만 달러, 한화 약 14억 원을 웃돈다. 그는 지난 1986년 코스트코의 전신으로 불리는 프라이스클럽에 시급 5.85달러를 받고 주차장 카트 수거 직원으로 처음 입사했다. 이후 새벽 시간대 상품 진열 업무와 매장 입구 안내원을 거쳐 현재의 계산대에 섰다.
근무 경력이 오랜 시간 쌓이자 회사는 바자 씨에게 관리직 승진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권유를 정중히 사양했다.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 마주하며 소통하는 일이 적성에 더 맞았고, 상급자가 아니어야 신입 후배들에게 한층 편안한 멘토가 될 수 있다는 확고한 소신 때문이었다.
코스트코는 승진을 원하지 않는 직원의 결정을 섣불리 깎아내리지 않았다. 회사는 오히려 바자 씨처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장기 근속자들이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컬처 코치'라는 공식 멘토 직책을 별도로 신설했다. 이들은 신입 직원들의 기초 교육을 전담하며 회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장 숙련직을 향한 처우 개선도 뒤따랐다. 코스트코는 최고 시급 기준을 기존 31.9달러에서 32.9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30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는 1주일의 휴가를 추가로 쓸 수 있게 제도를 개편했다. 게리 밀러칩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는 바자 씨처럼 퇴직연금 계좌 잔액이 100만 달러를 넘는 직원이 사내에 수천 명 존재한다고 밝혔다.
노련한 베테랑들의 존재는 기업의 핵심 수익원인 회원등록 갱신율 상승으로 직결됐다. 숙련자가 현장을 오래 지킬수록 계산 속도가 빨라지고 고객 응대 품질이 높아지면서 결국 회사와 직원의 동반 성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매장 내 신입 사원 교육에 들어가는 기회비용 역시 크게 줄었다.
회사의 든든한 지원은 직원이 위기에 처했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사내 연애로 부부의 연을 맺은 바자 씨의 아내가 지난해 뇌종양 3기 진단을 받자, 코스트코는 세 차례 진행된 뇌수술 비용 전액을 의료보험으로 보장했다. 동시에 바자 씨 본인에게도 간병을 위한 1년간의 유급 휴가를 아낌없이 제공했다.
현장직으로 근무하며 수영장이 딸린 자택을 장만하고 가족과 유럽 여행을 두 차례 다녀온 바자 씨는 현재도 묵묵히 계산대를 지키고 있다. 그는 "원한다면 언제든 은퇴할 수도 있지만, 코스트코는 내게 잘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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