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I시대 입지 강화하는 대만, 불안한 한국 차이는? [반도체 강국의 미래] <중>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 높은 한국…대기업·수도권 편중 한계도
대만, TSMC 등 제조 공급망 중심 소부장 밸류체인 완성
"한국도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 속도 높여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한국의 반도체 산업단지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연합뉴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한국의 반도체 산업단지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연합뉴스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첨단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가 간 패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과 대만의 잠재력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대만은 설계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후공정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메모리에 편중된 산업 구조의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사진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사진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 메모리 회복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562억6천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8%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부진을 벗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99억6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1% 증가했다. IT 산업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및 단가가 상승하면서 수출액도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월 기준 17.6%에 달한다. 전년 동월(12.9%) 대비 4.7% 포인트(p) 뛰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수출 증가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경기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시장 수요와 가격 변동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국의 지난 2018년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1천267억1천만 달러로 단일품목 사상 최초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으나, 지난해 업황 부진의 여파로 연간 반도체 수출은 986억3천만 달러로 줄었다.

AI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핵심 공정에 적용되는 장비·소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공급망 리스크가 공존한다. 향후 공급과잉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 반도체 패권 영향력 높이는 대만

대만은 AI 핵심 반도체를 공급하는 국가로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엔비디아는 대만의 TSMC와 견고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엔비디아는 TSMC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 엔비디아의 생산물량이 급증하면서 TSMC도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TSMC의 1분기 순이익은 9조5천억원 규모로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5% 늘어난 5천926억4천400만 대만달러(약 25조4천억원)를 기록했다. AI 중심의 산업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거점을 보유한 대만이 주도권을 거머쥔 셈이다.

탄탄한 밸류체인(가치사슬)도 강점으로 꼽힌다. 3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분업구조를 확립한 것이다. 신주과학산업단지, 중부과학산업단지, 남부과학산업단지 등 권역별 산업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공동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수도권과 대기업,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를 형성한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대현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시스템반도체는 컴퓨터, 통신, 전기차, 로봇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고 세계시장 규모도 메모리에 비해 더 크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3%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대구경북 시스템반도체 산업 기반을 다지는 '파이밸리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반도체 강국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로 구분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연산·제어 등 정보처리 기능을 한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부가가치가 더 높다. 시스템 반도체는 AI(인공지능)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여러 분야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 2024년 4월 수출 주요품목 비중

반도체/ 17.7%

자동차/ 12.0%

일반기계/ 8.3%

석유제품/ 7.7%

석유화학/ 7.6%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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