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상 떠난 스승 이름으로 '칠곡 할매힙합그룹' 지도 선생님 도운 기업인

이우락 농부플러스 대표, '수니와 칠공주' 지도교사 정우정 씨에게 '박의준 교수' 명의 지원금 전달

농부플러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이우락 대표
농부플러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이우락 대표

스승의 날을 맞아 고인이 된 스승의 이름으로 경북 칠곡 할매힙합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지도 선생님을 도운 기업인이 있어 화제다.

경북 칠곡군 동명면에서 들깨를 이용한 식물성 오메가3를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 농부플러스의 이우락(46) 대표는 스승의 날인 15일 스승 박의준 교수 이름을 쓴 봉투에 현금 200만원을 담아 칠곡군 성인문해교실 강사 정우정 씨에게 전달했다.

정 씨는 할매힙합그룹 '수니와 칠공주' 할머니들에게 한글과 랩을 가르치며 그들의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선생님이 된 인물이다.

수니와 칠공주는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 사는 여덟명의 할머니가 모여 결성한 힙합그룹이다. 'K-할매'라는 명성을 얻으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빠듯한 살림으로 8명이서 움직이다 보니 항상 금전적으로 부족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이 대표가 선뜻 후원에 나섰다.

이 대표가 통큰 기부에 나선 것은 10년 전 세상을 떠난 박의준 교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그로부터 받은 가르침 때문이다.

이 대표는 금오공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며 박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석사 학위를 받고도 매년 스승의 날이면 박 교수를 찾아 인사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한때 박 교수를 만나고 귀가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부인으로부터 볼멘소리도 듣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박 교수 집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과거 인생의 큰 결정을 내릴 때면 언제나 박 교수의 가르침을 구했다. 그가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전자공학을 접고 농업과 한의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을 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 것도 박 교수였다.

박 교수가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이 대표는 매년 돌아오는 스승이 날이 낯설었다.

그러던 중 할머니들 사연을 접한 그는 자신의 도전을 지지했던 박 교수가 떠올랐다. 이에 할머니들의 새 도전을 응원하면서도 형편이 넉넉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정 씨를 돕기로 결심했다.

이 대표는 "할머니들이 랩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우정 선생님 같은 열정적인 분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우정 씨는 "이 대표의 응원에 큰 힘과 용기를 얻었다"며 "할머님들이 건강관리를 잘해서 행복하게 랩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부플러스는 2016년 설립한 식료품 제조업체다. 지난해 경북도 쇼핑몰 사이소몰에서 가공식품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하며 칠곡군 스타 기업에 선정됐다.

이 대표는 매월 정기적인 기부를 통해 나눔 경영을 실천하며 경북도내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에 동참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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