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터뷰] 야구 덕후 부부의 행복 비결? "같은 취미 가져 보세요"

40년째 삼성라이온즈 팬 장수진·이정화 부부

무려 40년 동안 같은 취미 활동을 하는 장수진·이정화 부부는 열렬한 삼성라이온즈의 야구팬으로 그야말로 열.혈.덕.후의 길을 걷고 있다. 덕질도 함께할 때 더욱 즐거운 법. 직관도 함께, 원정도 함께, 팬클럽 활동도 함께. 이들은 항상 함께한다.
무려 40년 동안 같은 취미 활동을 하는 장수진·이정화 부부는 열렬한 삼성라이온즈의 야구팬으로 그야말로 열.혈.덕.후의 길을 걷고 있다. 덕질도 함께할 때 더욱 즐거운 법. 직관도 함께, 원정도 함께, 팬클럽 활동도 함께. 이들은 항상 함께한다.

안타가 나오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홈런이 터지면 부둥켜안는다. 응원가를 따라 부를 때는 어깨동무가 필수. 역전이라도 하는 날은 나란히 목이 쉬는 증상을 호소한다. 경기가 지더라도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야구장 근처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다음을 기약하면 되기 때문. 마주치는 술 잔 사이로 기나긴 대화가 오고 간다.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30년차 어느 부부의 얘기다. 사랑의 유통기한도 3년인 마당에, 30년쯤 살다 보면 데면데면해 지는 것이 부부의 숙명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 부부는 조금 남다르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많은 일상을 함께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장수진(53) 이정화(53) 부부. 5월 21일 부부의 날에도 딱 맞는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야구로 둘(2)이 하나(1) 된 부부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40년째 삼성 라이온즈 팬이라던데, 그렇다면 결혼 전부터 팬이었던 건가

▶82년도 그러니까 우리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프로야구가 출범했었다. 그때부터 각자 야구를 좋아했다. 그러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때였는데 그렇게 알고 지내다 성인이 되며 연애를 시작했다. 야구 좋아하는 사람 둘이 만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 데이트는 무조건 야구장이었다. 그 당시엔 고성동 시민운동장이 대구구장이었으니 거기서 참 많이 연애했다. 쉬는 날엔 타 지역으로 원정 경기를 보러 다녔다. 그렇게 6년 연애하고 결혼했다.

-야구라는 공통분모가 부부의 연까지 이어준 것 같다. 혹시 프러포즈도 야구장에서 했나.

▶사실 결혼 전에는 프러포즈를 못 했다. 그걸로 아내에게 수년간 잔소리를 들어왔다. 하지만 결혼 17주년 때, 늦었지만 아주 성대하게 갚아줬다. 당시 구단 이벤트로 리무진 귀가 서비스를 했었는데 거기 사연을 보내 당첨이 된 것이다. 경기가 끝나자 전광판에 우리 부부 이름이 떴고, 그라운드로 내려가 기념 사진을 찍고 수만 관중의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리무진을 타고 야구장 한바퀴를 돌고 집까지 안전하게 귀가했다. 이만하면 결혼 전에 못했던 프러포즈를 몇배로 갚아준 것 아니냐. 구장에 있는 모든 관중들이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러줬다. 공개 프러포즈를 성공적으로 끝낸 셈이다.

남편 장수진 씨는 결혼 17년 만에 프러포즈에 성공했다. 수만 관중이 보는 앞에서 리무진을 타고 행진하는 호화로운 프러포즈였다.
남편 장수진 씨는 결혼 17년 만에 프러포즈에 성공했다. 수만 관중이 보는 앞에서 리무진을 타고 행진하는 호화로운 프러포즈였다.

-17년 설움이 한방에 해결했겠다. 어떤 사연을 보냈길래 이벤트에 당첨된 건가.

▶둘째 태몽 이야기를 보냈었다. 둘째 임신 당시 아내가 꿈을 꿨는데 야구장이 배경이었다. 그래서 야구를 보고 있었는데 전광판에 아내 이름이 딱! 뜨더란다. 그라운드로 내려가자 이승엽 선수가 있었단다. 이승엽 선수가 "정화 씨, 축하합니다~" 라며 악수를 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꿈에서 깼는데 아내는 그때 감지했단다. 이건 태몽이라고. 일주일 뒤 테스트기를 해봤더니 정말 임신이었다.

-태몽까지 야구와 관련 됐다니 놀랍다. 직관은 항상 같이 다니시는 건가.

▶물론이다. 홈 경기는 무조건 간다. 작년에 72경기를 홈에서 했는데 두 경기 빼놓고 다 갔다. 원정 경기는 멀다보니 가족 여행삼아 많이 간다. 원정 경기가 열리는 날에 맞춰 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다. 인천 문학구장으로 갔던 가족 여행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바비큐존을 잡아 고기며 버너며 바리바리 싸 갔는데, 고기를 다 구워 먹고 나니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가 취소 됐었다.

여수 여행을 갔다 터미널에 붙여진 '광주 야구 패키지' 라는 안내를 보고 기아-삼성전을 보러 버스 타고 다녀온 추억도 있다. 요즘은 서울에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애들을 만날 겸 위쪽으로 자주 가는 편인데 가족 단톡방에 "잠실로 모여라"라고 올리면 그 날 경기는 같이 보는 거다. 애들도 마찬가지다. 대구 홈경기가 있는 날에 꼭 엄마 아빠를 본다고 집에 내려오더라. 우리를 만나러 오는 건지 야구를 보러 오는 건지. 가끔은 좀 햇갈린다. (웃음)

-너무 행복한 가족이다. 부부사이는 물론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야구가 큰 역할을 하겠다.

▶야구가 아니었으면 우리 아들 사춘기도 잘 넘어가지 못했을 거다. 사춘기가 왔어도 야구를 보고, 야구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우리와 대화를 많이 나누더라. 우리 부부가 싸우더라도 야구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금방 풀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지 않겠나. 밥 먹을 때도 오늘 열릴 경기에 대해 분석하기 바쁘다.

이런 패턴은 야구 이외의 생활에도 자연스레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야구를 같이 보다보면 술 한잔도 함께 기울이게 되고, 볼링도 치러 가고…. 야구라는 공통분모가 부부를, 그리고 가족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를 보러 가면 장수진·이정화 부부를 찾아보라. 이들은 항상 함께 직관을 다닌다. 그리고 이들은 말한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를 보러 가면 장수진·이정화 부부를 찾아보라. 이들은 항상 함께 직관을 다닌다. 그리고 이들은 말한다. "부부가 제일 좋은 친구 아닌가요"
아빠 장수진 씨가 시타를 하고, 아들이 시구를 한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는 부부. 야구 덕후 부부의 야구 사랑은 자녀들에게까지 전염됐다.
아빠 장수진 씨가 시타를 하고, 아들이 시구를 한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는 부부. 야구 덕후 부부의 야구 사랑은 자녀들에게까지 전염됐다.

-그렇다면 특히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

▶많이 울었던 양준혁 은퇴경기, 잠자리채를 들고 갔던 이승엽 56호 홈런 경기 …. 아들이 시구를 했던 경기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둘째 아들을 낳고, 아들이 8개월 되던 때 함께 갔던 직관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내가 몸이 많이 약해서 아들을 가졌을 때 참 힘들어했었다. 무조건 조심하라는 의사 말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임신 기간을 보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낳은 아들과 함께 직관을 갔는데, 그날 장내 아나운서가 이런 말을 하더라. "여러분,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습니까!" 사실 개막전이면 나오는 흔한 멘트지만 아내가 눈물을 펑펑 흘리더라. 본인에게 하는 말로 들렸다고 한다.

-부부모임도 야구 관련이 많겠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다. 팬클럽 활동도 몇 개 하고 있는데 비시즌인 겨울에 연탄 배달을 하는 등 좋은 일도 많이 한다. 부부모임 또한 야구장에서 많이 한다. 물론 우리 부부가 강요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막상 야구장에 가면 다들 좋아하신다. 밥먹고 커피먹고 술먹고 그게 다인 모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야구장에서 땀도 흘리고 손뼉도 치다 보면 다음에 또 가자는 말이 꼭 나오더라.

사실 "부부끼리 그렇게 붙어 다니면 안 된다"는 농담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30년 꼬박 이러고 다니는 걸 보고는 더이상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부러워 하는 부부들이 더 많아졌다.

무려 40년 동안 같은 취미 활동을 하는 장수진·이정화 부부는 열렬한 삼성라이온즈의 야구팬으로 그야말로 열.혈.덕.후의 길을 걷고 있다. 덕질도 함께할 때 더욱 즐거운 법. 직관도 함께, 원정도 함께, 팬클럽 활동도 함께. 이들은 항상 함께한다.
무려 40년 동안 같은 취미 활동을 하는 장수진·이정화 부부는 열렬한 삼성라이온즈의 야구팬으로 그야말로 열.혈.덕.후의 길을 걷고 있다. 덕질도 함께할 때 더욱 즐거운 법. 직관도 함께, 원정도 함께, 팬클럽 활동도 함께. 이들은 항상 함께한다.
장수진·이정화 씨 부부는 남다른 야구 사랑만큼 소장품도 넘쳐난다. 사인볼은 500개 이상, 배트도 20개 이상, 유니폼은 2~30벌을 소장하고 있다. 카페에 미처 못 옮긴 소장품은 집에 고이 모셔놨다고. 소장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야구 덕후 부부.
장수진·이정화 씨 부부는 남다른 야구 사랑만큼 소장품도 넘쳐난다. 사인볼은 500개 이상, 배트도 20개 이상, 유니폼은 2~30벌을 소장하고 있다. 카페에 미처 못 옮긴 소장품은 집에 고이 모셔놨다고. 소장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야구 덕후 부부.

-여태껏 모은 소장품도 많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소장품으로 카페까지 차리셨다고.

▶한 20년 모은 것 같다. 사인볼은 500개 이상, 배트도 20여개. 유니폼은 2~30벌 있다. 차에 유니폼이나 공이 한가득이다. 언제 어디서 선수들을 만날지 모르니 항상 챙겨 다닌다. 그 중에서도 2002년 우승반지를 제일 아낀다. 2022년에 우승 20주년 기념으로 나온 반지인데, 팬들에게 아주 소량으로 추첨했다. 대대로 물려줄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소장품을 놔두고 사랑방 역할을 할 장소를 만드는게 꿈이었다. 그래서 카페를 오픈했고, 한켠에 이렇게 소장품을 갖다 놨다. 다 갖다놓지는 못했고 반 정도는 집에 있다.

-얼마 뒤면 부부의 날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많은 부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야구로 하나 된 것 같지만 사실 우리도 성격, 성향, 식성 등 안 맞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취미가 같은 것이 부부 관계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더라. 다투기도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밥상 머리 대화도 끊이지 않는다. 같은 취미의 힘이 아닐까. 부부가 살아가면서 어찌 좋기만 하겠나. 안 좋을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유하는 취미가 있으니 멀어 지지 않더라. 자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독자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다.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꼭 찾아 보세요. 그러면 인생이 얼마나 즐거워 지는지 모릅니다. 부부는 부부이기 전에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니까요'

무려 40년 동안 같은 취미 활동을 하는 장수진·이정화 부부는 열렬한 삼성라이온즈의 야구팬으로 그야말로 열.혈.덕.후의 길을 걷고 있다. 덕질도 함께할 때 더욱 즐거운 법. 직관도 함께, 원정도 함께, 팬클럽 활동도 함께. 이들은 항상 함께한다.
무려 40년 동안 같은 취미 활동을 하는 장수진·이정화 부부는 열렬한 삼성라이온즈의 야구팬으로 그야말로 열.혈.덕.후의 길을 걷고 있다. 덕질도 함께할 때 더욱 즐거운 법. 직관도 함께, 원정도 함께, 팬클럽 활동도 함께. 이들은 항상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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