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이번에는 대구경북(TK) 통합 꼭 성공시키자!

서민교(대구대 경영학부 명예교수)

최근 대구경북(TK) 통합론이 지역의 핫 이슈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먼저 홍준표 대구시장이 TK를 통합하여 '한반도 제2의 도시'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자고 행정통합론을 제안하자, 이철우 도지사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행정체계 개편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그동안 꾸준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던 TK 통합론이 다시 이 시점에서 수면 위로 급부상한 이유와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동안의 보여주기식 정치적 구호나 말장난에서 벗어나 TK 통합논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 되짚어 볼 때다.

그동안 정치권을 중심으로 TK 통합론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그동안 대구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의 경산 연장 사업의 공동 추진 등 일부 협력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입지를 둘러싼 갈등, 공공기관 유치의 중복논란, R&D 특구 유치를 위한 경쟁 등 수많은 사례에서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하기 전까지 한 뿌리였던 대구와 경북이 서로 맞서는 모습을 보여 안쓰럽기까지 했다. 두 지자체는 대구와 경북이라는 큰 틀에서 보기보다는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유기적인 협력과 공조를 보도 자료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의 통합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고 꼭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극심해지는 수도권 집중 가속화 속에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 인구와 시장을 키워 '규모의 경제' 실현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수도권 일극체제로 모든 것을 수도권이 빨아들이는 상황에서는 대구경북이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저출생 문제나 지방소멸 등 국가적 난제도 해결할 수가 없다.

대구경북의 통합은 최대한 단시일내에 인구와 시장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가 있다. 만약 대구경북이 통합된다면 서울 다음으로 큰 인구 500만의 '한반도 제2의 도시'로 단번에 부상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유럽경제통합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2차대전의 포성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제의 적이었던 독일·영국(나중에 탈퇴)·프랑스·이탈리아 등이 왜 경제통합을 통해 EU로 발전시켰을까?

기본적으로 유럽은 미국에 비해 작은 나라들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분리된 인구와 시장을 가지고는 거대한 규모의 단일시장을 자랑하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었다. 또한 현실적으로는 당면한 TK신공항과 달빛철도 건설과 같은 지역 초대형 프로젝트의 추진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가 있다.

과거 TK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늘 중심에 서 있었다. 화랑정신으로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루고 선비정신과 호국정신으로 나라를 지켰으며, 또 새마을 운동으로 나라를 잘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변방 지역으로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TK통합은 다른 시도 통합의 마중물 역할과 지방시대의 선도주자로 TK의 영광을 재현할 계기가 될 수가 있다.

특히 이번 TK통합 논의는 그 명분뿐만 아니라 시기적 측면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성공가능성이 크다. 먼저 지방시대를 표방하는 현 정부의 정책과 일치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도 주무장관에게 TK통합 지원 방안을 지시했다. 현실적으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자리 중 하나는 없어져야 하는데 홍시장의 담대한 양보가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분과 시기뿐만 아니라 그 방법도 중요하다. 앞으로 여론수렴, 법률제정, 산하기관 통폐합과 공무원 수 축소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 대구경북 주민의 통합 공감대 형성부터 구체적이고 치밀한 청사진의 제시가 필요하다. 과거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성공가능성도 높은 이번 통합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시도민이 손에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어 지혜를 모을 때다.

서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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