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초선 의원들에게

최두성 정치부장
최두성 정치부장

시작은 설레게 마련이다. 30일 당선인 신분을 떼고 '국회의원'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초선 의원들의 걸음걸음은 포부로 채워졌을 것이다. 22대 국회를 이끌 초선 의원은 131명이다. 24년 만에 '최저'라고는 하나 정치 불신을 걷어내는 데 앞장서 달라는 국민적 기대는 결코 줄지 않았다.

이들 앞에 놓인, 또 걸어가야 할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여소 야대로 인한 거야의 입법 폭주, 여기에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점철된 21대 국회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는 모습이 당분간은 재연될 게 명약관화해서다. 정당 문화에서 초선 의원의 입지는 넓지 않다. 공천자인 계파 보스의 뜻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지도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몰려다니기만 하는 모습을 우리는 여러 대에 걸쳐 봐 왔다.

22대 임기를 시작한 초선 의원들을 향한 비관적 평가도 많다. 거대 양당의 계파 공천을 바탕으로 등원하게 된 의원들이 상당해 '소신'보다는 주류 세력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자 진영 정치를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극심한 양극화가 21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은 벌써부터 예열되고 있다.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혁신 강좌에서 이해찬 상임고문은 "지금부터 2년은 윤석열 정부하고 막 싸워야 되는 시기"라며 강력한 대여 투쟁을 주문했다. 22~23일 당선인 연찬회에서는 '개혁 국회'가 외쳐졌고 '탄핵'이라는 단어가 스스럼없이 공유됐다. 초선 당선인들은 한술 더 떠 등원도 하기 전 국회에 천막을 치는 '구태'도 서슴지 않았다.

'쪽수'에서 밀리는 여권도 결기만큼은 뒤지지 않겠다며 방벽을 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수도권과 대구경북 초선 당선인들과의 만찬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야 투쟁에서 밀리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22대 국회는 이렇듯 극한 대치 속에 문을 열었다. 초선 의원들에게 "쇄신의 횃불을 들라"고 강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초선 의원들이 주도한 '개혁' 시도가 정당사에 여럿 흔적을 남기긴 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맺은 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초선 의원들에게 다시금 뻔한 주문을 하는 건 그나마 때가 덜 묻었고, 작금의 정치 상황이 불러온 국민적 피해가 너무 커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진영 대결 구도가 공고해진 현 정치 상황을 "대의 민주주의 위기"라고 진단하며 초선 당선인들에게 "상대를 존중해 달라"고 했다. 부연해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팬덤 정치의 폐해가 결합하면서 진영 주장에 반대하면 역적·배반자가 된다. 나를 뽑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뽑은 사람도 적이 아닌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영역인 까닭에서다.

초선 의원들이 갖는 약한 당내 영향력과 인지도는 패기, 열정과 결합할 경우 존재감을 부각할 무기가 될 수 있다. 13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초선이었지만, 제5공화국 청문회에서 5공 시절 억눌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 '청문회 스타'로 떴고 이는 그의 정치 경력을 성장시켜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지난 17일 매일신문이 마련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 발전결의회'에서 대구경북 초선 당선인들은 저마다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선 의원님들 붙잡고 사고도 쳐 보겠다"는 김위상(비례) 당선인, 이제는 의원의 각오가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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