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기러기 아빠도 당한 대구 미군부대 취업사기


폐쇄적인 군 부대 채용 시스템 악용, 가장 '절실함' 노려
8명에 2억 갈취한 혐의로 지난해 2년 6개월 선고, 항소심 중
추가 범죄도 오는 12일 선고…피해자들 "엄벌 처해야"

지난해 9월 대구 캠프워커 후문 옆 공원에서 미군 부대 취업사기 피해자가 규탄집회를 열고 피해를 호소했다. 윤수진 기자
지난해 9월 대구 캠프워커 후문 옆 공원에서 미군 부대 취업사기 피해자가 규탄집회를 열고 피해를 호소했다. 윤수진 기자

A(43) 씨는 지난 2022년 6월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친한 형님'이라는 B씨를 소개받았다. B씨는 미군부대 출입증을 보여주며 A씨에게 접근해 대구의 한 미군부대 내 체육시설 관리직으로 취업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입사를 조건으로 B씨에게 1천600만원을 송금했지만 취업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결국 사기를 의심한 A씨가 지난해 2월부터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을 수 없었다.

A씨는 "미군부대는 취업 공고가 나오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을 통해 돈을 주고 취업한다고 들었고, 친한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라 믿었다"며 "미군부대 일자리가 더 나왔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지인을 이용하는 게 수법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4천만원이 넘는 연봉과 업무 시간 등 근무조건를 제안하기에 '어린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며 "아이들을 생각하니 더 나은 직장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성급했던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미군부대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속여 돈을 갈취한 혐의(매일신문 2023년 9월 17일 등 보도)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50대 남성 B씨와 관련된 피해자들이 추가로 나타나고 있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미군부대 취업사기로 구속된 B씨 관련 피해 신고 2건이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B씨가 미군부대의 경우 공개적으로 채용 공고를 내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신분증을 보여주고 지인들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신뢰를 쌓은 뒤 돈을 뜯어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에게 접근해 그 간절함을 파고들었다고 토로했다.

C(43) 씨도 같은 기간 고교 동창으로부터 A씨를 소개받았다가 피해를 입었다. '미군부대에 취업시켜주겠다'는 B씨의 말에 C씨는 5급 기능직(KWB)으로 입사하는 조건으로 1천800만원을 건넸으나 취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C씨는 "타지 생활을 접고 대구로 이직하면 오랜 '기러기 아빠'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좋아했는데…"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평택 오산 공군부대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B씨는 앞서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4월까지 지인 8명을 대상으로 "자녀를 캠프워커 등 미군부대에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8명에게서 2억원의 돈을 받아챙긴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