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옥 찍으려 20년 안동살이 이동춘 작가, '덤벙주초 위에 세운 집, 한옥'

'여자라서 안돼' 말 듣고 기다린 3년만에 종가 제사 촬영
'덤벙주초', '그랭이질'의 지혜와 자연을 닮은 한옥 매료
한옥 찾아 전국다녀, 2005년부터 경북 안동서 삶 터전

이동춘 사진작가와 이철우 도지사가 경북도청
이동춘 사진작가와 이철우 도지사가 경북도청 'K-창'에서 한옥 사진 책자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자연을 닮은 한옥의 고즈늑함에 매료돼 사진을 찍기 시작한지 벌써 30여년이 지났다. 전국 종가와 고택을 찾아 사진을 찍으면서 배우기 시작한 책 속의 한옥은 너무 어려웠다.

"누구나 알기쉽고 이해하기 쉬운 한옥 책을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한지 20년 만에 3권의 한옥 책을 펴낸 사진작가 이동춘. 그는 "한옥은 내게 매일 먹는 쌀이자 밥 같은 존재다. 이제 정성 가득한 밥상을 차려낸 것 같아 기쁘다"고 한다.

이 작가는 6일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마련된 '화공 굿모닝 특강' 294회에 강사로 나서 '덤벙주초 위에 세운 집, 한옥'이라는 주제로 한옥에 얽힌 선조들의 지혜와 한옥 사진 촬영 작업에 대해 특강했다.

이동춘 작가는 최근 30여년 전국을 누벼 찍어온 한옥 관련 책 세 권을 펴냈다. 3년 전 한옥연구가 홍형옥 교수와 함께 낸 '한옥·보다·읽다'의 영문판과 사진집 '덤벙주초 위에 세운 집, 한옥', '궁궐 속의 한옥, 연경당과 낙선재'다.

이날 강의에서 그는 자신의 한옥 관련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한옥에 얽힌 다양한 지혜와 이야기, 그 속에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한옥은 자연을 닮고, 자연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건물 기초인 주춧돌도 우리 주변에 쉽게 찾을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돌을 구해다 사용했습니다. 돌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써서 '덤벙주초'라고 부릅니다"라며 민가 한옥의 투박함 속에서 볼 수 있는 건축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런 '덤벙주초'위에 나무를 깍아 기둥을 세웁니다. 나무도 자라는 방향을 꺼꾸로 세워야 뒤틀리거나 갈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선조들은 지혜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럴때 돌 모양에 맞춰 나무를 깍는 것을 '그랭이질'이라 합니다. 마치 주춧돌과 기둥의 나무가 한치 어긋남이 없이 맞물리는 것이 한옥의 특성입니다"라 덧 붙였다.

이동춘 사진작가가 경북도 화공 굿모닝 특강에서 한옥에 대해 특강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동춘 사진작가가 경북도 화공 굿모닝 특강에서 한옥에 대해 특강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 작가는 한옥을 찾아 전국을 다녔다. 경북 안동을 중심으로 경주·포항·문경·상주·예천·강릉·해남·강진 등 전국의 한옥이 그에게는 삶이 됐다.

2005년부터 안동 일대 종가 문화에 집중했다. 2018년에는 아예 안동에 작은 아파트를 월세로 얻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 터전을 안동으로 옮겨 안동살이를 자처하고 있다.

"2005년 안동 군자마을 후조당(後彫堂)을 접했을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해요. 400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어디 한 군데 기울거나 흐트러짐이 없어 보였어요. 자연스럽게 늘어진 대들보, 대청마루의 반질반질한 손때 등 지금의 한옥과는 완전히 다른 편안함을 느꼈어요"

이 때부터 안동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후조당 사진 촬영 승낙을 받기까지 3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여자라서 안돼'라는 말을 안동 곳곳에서 들어야 했다. 하지만 안동에서 먹고자고 마치 가족처럼 지내면서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

빗자루, 쓰레받기 등 청소도구를 챙겨서 종가(宗家)의 문을 두드렸다. 마을에서 식당이 멀어 직접 밥솥을 들고 다니며 끼니를 해결했다. 시시때때로 떡도 해서 돌렸다. 그동안 찍은 사진을 보여드리며 거리를 좁혀갔다.

이동춘 작가는 "한옥은 자연을 그대로 빌려 집안으로 끌어 들여, 시시각각 사계절 변화를 고스란히 소유하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한옥은 자연을 닮았다. 특히 구불구불한 나무를 그대로 사용하고, 창호나 벽체 문양 등도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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