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너무 작은 학교는 초라할 뿐이다"
한 교육 전문가가 전한 말이다. 작은 학교가 진정 아름답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고 행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10년 안에 초등학교 입학생이 43만 명에서 22만 명까지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학령 인구 감소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30년간 이어 온 '작은 학교 살리기'란 타성을 털어내고 새로운 관점에서 작은 학교 정책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적정 규모의 학교 육성 방안 필요
사회성 발달 저해, 교육과정 운영 어려움 등 작은 학교가 겪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이 필요하다. 적정 규모 학교란 교육 목표에 가장 효과적으로 도달하기 위한 일정 수준의 학생 수를 가진 학교를 말한다.
현재 교육부가 권고하는 적정 규모 학교 육성 권고 기준은 면·벽지 지역의 경우 초·중·고 모두 60명 이하, 읍 지역은 초등 120명 이하, 중·고교는 180명 이하이다. 도시는 초등 240명 이하, 중·고교 300명 이하다.
지역 여건에 따라 작은 학교의 적정 규모 육성이 필요하면 각 시·도교육청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정규모화를 추진한다. 주로 학교 통폐합, 통합운영학교, 학교 이전 재배치, 분교장 개편 등의 유형으로 진행된다.
학교 통폐합은 동일한 학교급 간 통학구역 조정을 통해 2개 학교 이상을 통합하고 1개 이상 학교를 폐지하는 방안이다. 통합운영학교는 초·중, 중·고교 등 학교급이 다른 2개 이상의 학교시설, 교원 등을 통합하는 형태다. 학교 이전 신설은 작은 학교를 다른 장소로 재배치하는 것이고, 분교장 개편은 학교를 폐지하지 않고 본교에서 분리·운영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하나의 유형 또는 다양한 유형을 복합해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의 경우 지난 2020년 청남중과 장평중을 폐지하고 새 부지에 '기숙형 거점 중학교'인 정산중을 신설했다. 이 곳엔 도서관, 당구대 설치 등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공간을 구성하고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특별활동실을 구비했다.
경기는 군부대 이전과 이농 현상 등으로 인구가 감소하자 대광초와 대광중을 통합운영학교로 전환했다. 체육대회, 체험학습 등 학교행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통일 자전거 하이킹', '영어 마을(English Village) 체험' 등 특색있는 교육활동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달부터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에 인근 중학교의 분교 형태인 '도시형 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이다.
◆대구, 군위초·중·고 거점 학교 육성
대구 지역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작은 학교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전교생 85명이던 북구 교동중은 인근의 관음중과 칠곡중으로 통·폐합했고, 지난 2021년엔 학교 공간 및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역 첫 초·중등 통합학교인 팔공초·중학교를 신설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군위 편입으로 인한 작은 학교 증가 대책으로 '군위초·중·고 거점 학교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군위초·중·고에 인적·물적 투자를 확대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조성, 작은 학교 학생들을 유입시키겠다는 의도다. 학생들이 원하면 거주지 이전 없이 군위초·중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통학구역 조정도 추진한다.
이번 계획을 통해 토론과 발표 중심의 수업인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을 초·중·고에 도입, 12년간 연계 학습을 추진한다. 스마트모둠학습실, 융합수학실 조성 등 학교 인프라를 개선하고 작은 학교 학생들의 원활한 적응을 위한 심리·정서 지원 시스템도 마련한다.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원거리 통학과 관련해서는 통학 택시 운영, 동·하절기 등교시간 탄력 운영, 중학교 기숙사 확대 등의 방안을 포함했다.
다만 아직 정착되지 않은 계획이어서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군위에서 7살 자녀를 키우는 어경진 씨는 "계획이 제대로만 이행한다면 학교 인프라, 교육 프로그램 등 여러 면에서 교육 환경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며 "돌봄 프로그램과 IB 교육이 특히 기대된다"고 했다.
반면 의흥초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우 "아이가 아직 어린데 군위읍까지 통학하면 멀미로 힘들어 할 것 같다. 면 소재 학교들부터 통합한 이후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식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단위를 키워야 학생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가능하고 교육 격차도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학생과 학부모,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공정한 의사결정에 근거해 정책을 추진해야 사회적 갈등이 적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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