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中 장악한 LFP 배터리 시장 역전 노리는 'K 배터리'

보급형 전기차에 탑재 늘어…기술력으로 중국 따라잡는다

삼성SDI가 세계 최대 상용차 전시회인
삼성SDI가 세계 최대 상용차 전시회인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에 선보인 LFP+ 배터리.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업계가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업계가 장악한 LFP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중국이 장악한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할까?

26일 업계에 따르면 LFP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가격 차이는 작년 3분기 29%, 4분기 32%, 올해 1분기 33%로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LFP 배터리는 고가의 니켈, 코발트 대신 저렴한 인산철을 사용해 원가가 낮다는 특성을 지닌다. 또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장점도 있다. 그동안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이 LFP 배터리에 주력해왔던 반면 한국 기업은 삼원계 NCM 배터리에 집중했다.

다만,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거리가 NCM 배터리 대비 70∼80% 수준에 불과해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캐즘 장기화로 완성차 기업들이 가격대를 낮춘 보급형 전기차 전환에 나서면서 LFP 배터리 탑재 비중이 점차 늘었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이미 LFP 배터리를 차용하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하반기 LFP 배터리를 양산해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와 SK온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기업이 LFP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는 시점이면 중국 기업이 LFP 시장을 선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이차전지 전문 콘퍼런스 'KABC 2024'에서 "국내 기업 양산 전에 중국 업체가 계약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고, OEM은 한 번 배터리를 도입하면 쉽사리 교체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 배터리 기업이 직면한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공급망까지 확보한 중국을 상대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남상철 포스코홀딩스 센터장은 "LFP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아닌 국가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원재료 수급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 남 센터장은 "중국은 티타늄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황산철을 공짜로 가져다가 인산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인산철이 저렴하다"며 "우리는 인산이 없어 구해와야 하기 때문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현대제철,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 과제에 착수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차·기아 전동화구동재료개발실 정순준 상무(오른쪽), 현대제철 선행개발실 임희중 상무(왼쪽), 에코프로비엠 연구기획담당 서준원 전무가 기념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대차·기아는 현대제철,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 과제에 착수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차·기아 전동화구동재료개발실 정순준 상무(오른쪽), 현대제철 선행개발실 임희중 상무(왼쪽), 에코프로비엠 연구기획담당 서준원 전무가 기념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 역전 노리는 K배터리

국내 기업은 LFP에 망간을 추가해 에너지 밀도를 개선한 LFMP(리튬인산망간철)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중저가 제품, LFP 배터리 등에 대해 좀 늦은 상황이기는 하다"면서도 "연구능력, 기술력으로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존하 SK온 부사장도 "LFP는 이미 개발돼 있고, 코스트(가격)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보완할 것이 있어 그 부분을 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현대제철,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 과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배터리 소재 분야 기술 확보를 위해 완성차와 2차전지, 제철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현대차·기아는 설명했다.

협력 개발 목표는 LFP 배터리 양극재 제조 시 전구체(양극재 원료) 없이 직접 재료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기존 LFP 배터리 양극재는 일반적으로 인산염과 황산철 등을 합성한 전구체에 리튬이 첨가돼 생산된다.

현대차·기아가 확보하려는 직접 합성법은 별도 전구체 없이 인산과 철 분말, 리튬을 동시 조합해 양극재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전구체 제조 단계가 없는 만큼 공정 중 발생하는 유해 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생산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현대제철과 공동으로 국내 재활용 철을 가공한 고순도 미세 철 분말 공정 기술도 개발한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를 활용해 직접 합성 LFP 양극재 개발에 나선다.

현대차·기아는 LFP 양극재 성능도 향상해 저온에서 우수한 충전·방전 성능과 함께 급속 충전 기술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향후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응하려면 신속한 배터리 기술 개발과 효과적인 재료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해외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필요 기술을 내재화해 국가와 현대차그룹 기술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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