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투자를 해 달라는 지방의 요청에 대기업은 대부분 '사람이 없어서 어렵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기에 부담스러운 '주거'(住居)를 해결하겠다며 수도권에 또 집을 공급한다고 한다.
어떻게든 수도권에서 살면서 일자리를 구해 보라는 식이다. 과연 이것이 옳은 방식인가? 명확한 '숫자'로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올 2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만 보더라도 서울은 147.9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해당 지역 중간위 소득 가구가 표준 대출로 이 지역의 중간 가격 주택 구입 시 적정 부담액(소득의 약 25%)을 주택 구입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얼마나 부담하는지 보여 주는 지표다. 즉, 서울이 147.9라는 것은 월 소득이 300만원일 때 75만원의 147.9%인 약 111만원이 단순 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빠져나간다는 소리다. 말 그대로 "서울에서 살면서 집을 사면 '숨만 쉬어도' 내 월급의 37%가 없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부동산 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5천469만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2천41만원)의 2.6배 이상이다. 서울 주택 구입을 위한 최소 기본 자금을 모으기도 수년 이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러니 더 비싼 주택의 대출금을 갚느라 허리가 휘는 서울과 수도권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할 만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주택구입부담지수는 61.1로 서울보다 절반 이상 낮다. 대구는 이보다 낮은 55.3, 광주는 51.4, 울산은 46이다. 대구에서 중간 가격의 주택을 구입하면 약 41만원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는 것으로 충분해진다. 서울에서 일하는 젊은이보다 70만원의 여유가 생긴다.
주거의 사다리가 불균형인 곳에서 수도권에 일자리가 있으니 수도권에서 계속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지방엔 인재가 과연 없는가? 인재가 한 지역에 평생 머물러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 누가 말한 적 없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위해 움직인다.
대기업이 지역에 투자하고 공장을 짓는다고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수도권이 아니라서 안 가겠다'며 버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도권과 동일한 임금을 받는 일자리에 상대적으로 집값도 싸고 물가가 저렴해 자신을 위한 투자도 가능한 지역을 포기할 리 없다. 지역에 있는 인재들부터 우선 지원하기도 할 것이다.
현대차 울산 공장과 기아 광주 공장이 신입 사원을 채용한다고 했을 때 그 지역 젊은이들만 지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결국 대기업이 말하는 '인재가 없다'는 소리는 변명이다.
하지만 2019~2023년 수도권 기업 중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은 총 19건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들 기업의 79%는 중소기업이었으며, 중견기업이 21%로 대기업은 전무했다. 지방에 공장을 '새롭게' 지은 대기업은 딱 1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식은 젊은이들이 바뀔 것이 아니라 기업인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물론 지방도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많은 혜택에 대한 고민이 따라야 할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방에 투자가 답이다. '인재가 수도권에 있어서 수도권에 투자한다'는 궤변(詭辯)보다는 '일자리가 있는 곳에 인재가 모인다'는 말이 더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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