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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박상전] 지방이라도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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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전 대구권 본부장 겸 경산담당
박상전 대구권 본부장 겸 경산담당

지난달 26일 지방 4대 협의체가 모여 '진정한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 논의했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조재구), 시도지사협의회(유정복), 시도의회의장협의회(안성민),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김현기) 등 사실상 전국을 대표하는 이들이 만나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날 거론된 주된 내용은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도 지방이 살아남아야 국가도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조재구 회장은 "지방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저변 확립을 통해 작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앙 집중화에 따른 폐단이 최근처럼 극명하게 드러난 적은 없어 보인다. 중앙 정치의 혼란이 장기화하면서, 회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지방 정책들이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프리미엄 현대몰(가칭) 유치에 성공한 경북 경산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경산시는 현대몰 유치를 계기로 1조원이 기투입된 인근의 지식산업지구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지식산업지구는 남북으로 길게 물방울 모양으로 조성됐는데, 현대몰은 물방울 상단 뾰족한 부분에 위치해 있고, 대형 공장들은 하단에 배치돼 있다. 허리 부분에는 거대한 저수지가 있어 해당 저수지와 주변 공간을 연계 지역으로 개발하지 못한다면 허리가 뚝 잘려 나간 별도의 두 개 공간으로 분리되는 구조다. 이에 수변 공간에 반려동물 친화 공원이나 '카페 도시 경산'으로서의 베이스 타운을 조성해야 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어떤 아이디어라도 채택만 되면 곧바로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기획 단계를 넘을 수 없는 처지다. 저수지 개발 권한이 농어촌공사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공사 측은 중앙 정치의 향배에만 관심을 두고 있고, 경산시의 사활이 달린 개발안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분위기다. 이상하게(?) 도래한 '대행의 대행 시대'는, 전국의 굵직한 다른 지역 정책들을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

지방이 고사하면 중앙도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다. 전력의 경우 수도권의 자립도는 7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지방에서 공급받는다. 수도권에 건립 예정인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들이 추가되면 지방의 전력 공급 부담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밖에 극동아시아 최전선 '핵우산 시설'인 사드가 지방에 있고, 화학·섬유·자동차 산업의 근간이 지방에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될 일이다.

분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수정되지 않는 제도 때문이다. 정치 분야부터 따져 볼 필요가 있는데, 정당법상 우리는 지역당 창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창당 요건 가운데 '정당 창당 시 수도를 비롯해 전국 5개 시도당을 구성해야 한다'는 독소 조항이 있다. 예를 들어 전라도를 대표할 '호남당'이나 대구경북 이익만을 위한 'TK당'을 만들더라도 서울시당+4개 지역 사무실 개소는 무조건 해야 한다. 불필요한 것에 고비용을 투입하게 만들어 지역 정당을 못 만들게 하려는 설계자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기원전 11세기경 중국 주나라는 상나라를 정복했음에도 상나라가 추진했던 봉건제만은 계승했다. 봉건제는 왕권과 지역의 독립성을 상호 보완하는 지방 분권의 시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주나라의 건국 이념은 천명사상(국가는 하늘의 뜻대로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천명은 민심이다. 주나라가 천명에 따라 분권제를 유지한 것처럼 우리도 민심에 따라 분권제를 천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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