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흉기 된 농기계, 방치된 고령농…안전 사각지대 벗어날 방법은?

매년 증가하는 농기계 사고…고령 농민에겐 '시한폭탄'
경북 등 농가 밀집 지역서 사망 사고 잇따라… 안전장비 미비·홀로 작업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IoT 장착·후미등 설치 등 실질적 도움되는 안전장치 보급 시급

지난달 11일 청송군 현동면 개일리 장박골 저수지에 농업용 SS기가 추락해 68세 남성이 사망했다. 매일신문 DB
지난달 11일 청송군 현동면 개일리 장박골 저수지에 농업용 SS기가 추락해 68세 남성이 사망했다. 매일신문 DB

농촌의 손과 발이 돼온 농기계가 고령 농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고 있다. 특히 농가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북에서는 농기계 사고로 인한 사망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반복되는 참사… 작업현장은 곧 사고 현장

지난 7일 경북 청송군 현서면의 한 과수원에서 소형 굴착기를 운전하던 70대 남성이 전도된 기계에 깔려 현장에서 숨졌다. 이날 사고는 비탈길에서의 노면 불량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 남성은 굴착기를 이동시키던 중 중심을 잃고 차량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그대로 깔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1일 청송군 장박골 저수지 인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농업용 고속분무기(SS기)가 저수지로 추락하면서 60대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기계가 탈선해 그대로 물속으로 빠진 것이다.

최근 영양군에서는 60대 남성이 농기계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은 전날 오후 밭에서 땅을 고르는 작업 도중 농기계에 깔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023년 경북 도내 농기계 사고는 665건이고 이중 39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4년 들어 사고는 더 늘어 719건에 사망자는 51명에 달했다.

2023년의 경우 농가에 가장 보급이 많이 된 경운기가 전체 사고의 62.2%에 달하는 447건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트랙터(112건), SS기(33건), 콤바인(13건) 등으로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도 고령층이 대부분이었다. 70대가 31%, 80대가 30.7%, 60대가 23.8%로 농기계 사고의 85%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 농민에게 집중됐다.

◆농기계 사고 왜?

농기계 사고의 주요 원인은 대부분 안전장치가 미비한 탓이다. 농기계의 경우 안전을 지켜줄 보호 장치가 거의 없다. 경우기는 안전벨트나 에어백 등이 없어 무방비에 노출돼 있고, 대부분 농기계는 무게 중심이 높아 비탈길이나 좁은 길에서 전복 위험이 크다.

농약살포기(SS)기의 경우 엔진과 살포 장치 등 주요 부품이 전면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경사로에서 바퀴 한쪽이 기울면 전체 기계가 쉽게 전복될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SS기 운전석이 외부에 노출돼 있어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위험이 크다.

농촌의 현실상 불법 도로 주행도 흔하다. 경운기와 트랙터는 농지 이동을 위해 일반 도로를 이용하는 일이 많아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 후미등이나 반사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야간에는 시인성 부족으로 사고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 실질적인 안전 확보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지자체와 농업 관련 기관들은 위탁경영 장려와 안전교육 확대, 안전수칙 안내 등 다양한 사고 예방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홍보성에 그치는 대책보다는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예천군은 농기계 임대사업소 보유 승용식 농기계 70여대에 IoT 데이터 수집장치와 기울기 센서를 내장한 단말기를 설치해 사고 예방에 나섰다. 이 장치는 농기계 전복 등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사고 발생 시 사용자와 인근에 즉시 상황을 전파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한 농업안전 전문가는 "농기계 사고는 개인의 주의 만으로 막기 어렵다"며 "지자체와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장비 현대화와 맞춤형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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