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법관대표회의 재판 독립 안건 상정, 사법 독립 스스로 지켜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판결 유감 표명' 대신 '재판 독립 침해 우려'를 오는 26일 임시회의 안건으로 상정(上程)한 결정에 환영을 표한다. 앞서 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일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임시회의 개최 소집 공고를 했다. 당시 핵심 안건은 대법원이 이 후보 선고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한 데 대한 유감 표명과 정치적 중립 촉구였다.

이에 법원 내부의 위기나 외부로부터 독립(獨立) 침해 논란이 아닌, 특정 재판 결과를 문제 삼아 법관회의를 개최하는 건 처음인 데다, 내용도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정작 법원 내부를 포함한 법조계는 조용했고, 지난 16일 자 본지 '민주당의 법치 말살 입법 폭주에 법조계는 왜 입 닫고 있나' 제하 사설에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이후 침묵하던 다수 법관들이 사법부 위기에 우려를 표출하기 시작했고 '판결 유감'에서 '재판 독립'과 '사법 신뢰'로 안건이 변경됐다. 거대 정당의 사법 및 재판 독립 훼손 공세에 반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결과다. 국회의 사법부 길들이기 및 탄압 입법 공세에 사법 권위 추락 및 시스템 붕괴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의 압박(壓迫)으로 이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포함, 이 후보 관련 재판이 모두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이 후보 방탄을 위해 허위사실 공표 적용 대상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재임 중엔 재판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대통령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발의돼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다 대법관 증원법, 법 왜곡죄 판사 처벌법, 재판 소원 허용법 등 사법부를 흔들고 장악하려는 법안들도 쏟아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를 소집하고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10명에 대한 탄핵까지 시도했다. 모두 이 후보 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에 '부당한 대선 개입' '사법 쿠데타' 프레임을 씌워 민주당 주도로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이 진행된 것들이다.

사법부는 민주당의 '사법부 무력화'에 맞서 스스로 독립을 지켜야 한다. 정치권이 지켜주지도 않고, 지켜줄 수도 없고, 지켜줘서도 안 된다. 특히 거대 정당이 폭주하고 상대 정당은 힘을 못 쓰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더욱 그렇다.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사법부를 발아래 두려는 민주당의 사법 탄압과 장악 의도에 맞서기 위해선 스스로 저항해야 한다. 법관들의 권위도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이다. 이에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의미와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강력하고 단합된 입장과 결의, 응집력을 보여 다시는 이러한 정치권의 사법 훼손·장악 시도가 자행(恣行)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법의 정치화'가 돼선 안 되지만 오는 26일은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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