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석민] 긁어 부스럼, 모스 탄

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부스럼(종기)은 모낭(털집)에서 기원한 깊은 염증성 결절을 말한다. 가려워서 긁으면 덧나 상태가 더욱 악화된다. 그래서 내버려두었다면 괜찮을 것을 공연히 건드려 화(禍)를 자초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긁어 부스럼'이라고 한다.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의 방한 일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특검, 좌파 단체 등의 대응이 '긁어 부스럼'이 된 것 같다.

영리하고 꾀 많은 주류 레거시 언론들은 이 때문에 끝까지 무시(無視) 전략을 택했다. 모스 탄 교수 입국장에서 '4정의 총기류를 소지한 중국인이 체포됐다'는 뉴스조차 추가 취재나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인내심이 떨어지는 일부 좌파 매체들은 '극우 부정선거 음모론자' '이재명 어린 시절 흉악한 성범죄 연루 의혹이라는 허위 사실 유포' 등을 주장하며 모스 탄 교수를 폄훼(貶毁)하는 데 주력했다. 서울대는 세미나실 대여를 일방 취소했고, 서울시 역시 기조 강연 초청을 취소했다. 민주당 어떤 의원은 모스 탄 교수를 긴급 체포하라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쯤 되면 무관심하던 국민들도 "대체 모스 탄이 누구야?"라며 호기심(好奇心)을 가질 만하다. 모스 탄의 한국 방문에 대한 시각이 좌우 진영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놀라운 것은 일부 한국 언론들이 사기꾼처럼 보도하고 있는 모스 탄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제형사사법 대사(大使)를 지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라이'라서 '사기꾼'을 대사로 임명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미국 대사라는 고위직은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임명될 수 있는 자리이다. 게다가 모스 탄 교수는 주한 미국 대사 후보 최종 3인 중 한 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모스 탄 교수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모스 탄 교수와 구속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면회 직전에 '접견 금지' 결정을 내린 조은석 특검이 가장 큰 헛발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 유린, 정치 탄압이라는 국제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빌미가 된 때문이다. 이제 윤 전 대통령 구속, 부정선거 카르텔 등은 글로벌 이슈로 전환되는 느낌이다. 덕분에 모스 탄 대사의 방한(訪韓)은 대성공이 되고 말았다.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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