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알라이아(Alaïa)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
'2024 멧갈라'에서 과감한 드레스 패션을 선보인 블랙핑크 제니 .
알라이아와 나오미 캠벨.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

◆ 조각적 미학의 천재 디자이너 '알라이아'

1940년경 튀니지에서 태어난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는 조각을 공부하며 인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옷을 '제2의 피부'처럼 다루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패션을 그저 옷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인체를 탐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예술 작품으로 여겼다.

1957년 파리로 건너온 그는 크리스찬 디올, 기 라로쉬, 티에리 뮈글러 등 유수의 패션 하우스에서 경험을 쌓으며 오트 쿠튀르의 정수를 익혔고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감각에 충실한 방식으로 옷을 만들며 자신만의 미학을 고수했다.

1970년대 후반, 그는 자신의 아파트를 작업실로 삼아 고객 개개인을 위한 맞춤 제작을 시작하며 독창적인 패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당시 패션계는 과장된 어깨, 화려한 장식, 강렬한 볼륨감이 대표되는 시대였으나 그는 유행보다 인체의 본질적 아름다움에 집중했다.

마치 조각가가 흙을 빚듯, 그는 직물을 활용하여 인체에 맞춰 재단하고 드레이핑하여 여성의 곡선을 드러내는 바디콘 실루엣의 드레스를 선보이며 '킹 오브 클링(몸매를 강조하는 드레스를 가장 잘 만드는 디자이너)'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피터 뮐뤼에
알라이아와 나오미 캠벨.

1980년대, 전성기를 맞이한 알라이아는 패션쇼의 화려함이나 트렌드에 급급하지 않고, 오직 옷 한 벌의 완성도에 집중했다. 이 같은 태도는 그를 '시간을 초월한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포드, 그레이스 존스, 린다 에반젤리스타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슈퍼모델들과 할리우드 스타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알라이아는 2007년 리치몬드 그룹에 인수되었으며 그는 여전히 자신의 창작 무대를 유지하며 브랜드를 이끌었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패션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완벽주의를 잃지 않았다. 2017년 11월, 그의 타계는 위대한 거장을 잃은 패션계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알라이아 SUMMER FALL 25 컬렉션
피터 뮐뤼에

◆ 거장의 유산을 이어받은 "피터 뮐리에"

2021년 2월, 알라이아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벨기에 출신의 디자이너 피터 뮐리에(Pieter Mulier)를 임명했다. 대중들에게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패션계에서는 '조용한 실력자'로 지방시, 질 샌더, 디올, 캘빈클라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커리어로 인정받은 디자이너이다.

라프 시몬스와의 협업을 통해 구조적인 미학을 쌓아온 그는 알라이아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여성들의 니즈를 반영하고 알라이아 특유의 관능적이고 세련된 미학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을 해치지 않는 변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2024년 9월, 알라이아는 뉴욕 패션 위크기간 중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역사적인 패션쇼를 개최하며 글로벌 존재감을 나타냈다. 구겐하임이 허용한 첫 패션쇼 사례이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의 나선형 램프는 런웨이로 활용되었고 미술관 건축물의 곡선미와 알라이아의 조형적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며 건축과 패션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쇼에는 린다 에반젤리스타, 나오미 캠벨 등 유명인사들이 참석했으며 리한나는 알라이아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알라이아의 바디콘 실루엣 드레스
알라이아 SUMMER FALL 25 컬렉션

◆'모든 것을 최소화'한 컬렉션

2025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피터 뮐리에는 '모든 것을 최소화'하고 전통적인 바느질 기법에서 벗어나 유기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를 창조하며, 알라이아 특유의 '클링(Cling)' 실루엣을 정제되고 미니멀하게 재해석했다.

그 외에도 피터 뮐리에는 알라이아의 '시즌리스' 철학을 계승하며,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미학으로 브랜드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이번 컬렉션에서는 벨기에 출신 조각가 마크 맨더스(Mark Manders)의 작품을 런웨이 곳곳에 배치하여 패션과 예술을 접목한 컬렉션으로 예술적 깊이를 더했다.

아일렛 슈즈.
알라이아의 바디콘 실루엣 드레스

◆ 알라이아의 대표 작품들

알라이아는 패션의 창작을 넘어, 여성의 몸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과 혁신을 이어가고 있으며, 알라이아의 건축적 실루엣과 조형미는 현대 패션계에서 하나의 교본처럼 여겨지고 있다.

▷ 바디콘(Bodycon) 실루엣의 클링 드레스

알라이아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바로 바디콘 실루엣의 '클링' 드레스이다. '바디 컨셔스(Body-conscious)'의 줄임말인 바디콘은 몸의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는 타이트한 실루엣을 의미하며 클링 드레스는 허리선을 강조한 핏 앤 플레어(fit and flare) 실루엣과 결합되어 더욱 드라마틱한 효과를 연출한다.

알라이아는 단순한 타이트함이 아니라, 정교한 재단으로 착용자의 몸에 맞춰 흐르듯이 밀착되며, 불필요한 장식 없이 오직 재단과 실루엣만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이 드레스는 보통 니트, 저지, 스판덱스 등의 소재로 제작되며, 브래지어나 보정 속옷 없이도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멧 갈라(Met Gala)에서 제니가 착용하여 화제가 된, 허리부터 스커트 부분이 풍성하게 퍼지는 스케이터 드레스 역시 알라이아의 시그니처 드레스 중 하나이다.

▷레이저 커팅과 펀칭 디테일

알라이아는 가죽이나 다른 소재에 레이저 커팅 기술을 적용하여 섬세하고 아름다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하며 이 정교한 커팅은 그의 드레스와 액세서리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시그니처 디테일이다.

펀칭 디테일은 가죽 소재에 펀칭 기법을 사용하여 드레스, 벨트, 가방 등에 많이 선보이며 이는 알라이아만의 예술적이고 건축적인 접근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엔 웨이브 럭스 송아지 가죽 뷔스티에 벨트
아일렛 슈즈.

▷아일렛 디테일

알라이아의 아일렛(eyelet)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가죽이나 니트 소재에 정교하게 잘라낸 패턴과 수많은 아일렛 장식은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내고,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입체적인 실루엣을 완성한다. 이는 곧 알라이아 특유의 조각적 디자인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 요소이다.

라 스컬프처 장식 에나멜 가죽 뮬
비엔 웨이브 럭스 송아지 가죽 뷔스티에 벨트

▷코르셋 벨트

여성의 잘록한 허리를 더욱 강조하고, 전체적인 실루엣에 포인트를 주는 코르셋 벨트는 펀칭 디테일이 들어간 가죽 벨트, 넓은 폭의 코르셋 벨트 등 다양한 형태와 소재로 제작되며 알라이아의 드레스와 함께 스타일링되는 상징적인 액세서리이다.

르 쾨르 아일렛 가방
라 스컬프처 장식 에나멜 가죽 뮬

▷독특한 슈즈

프랑스어로 '조각'을 의미하는 라 스컵쳐(La Sculpture)는 조각을 전공한 알라이아의 감각을 슈즈에 나타낸 디자인으로 독특한 형태의 실루엣과 대담한 굽, 발을 감싸는 스트랩 디테일로 하나의 조각품과 같은 형태와 구조미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알라이아 르 미나 백
르 쾨르 아일렛 가방

▷아이코닉한 가방

-르 쾨르(Le Coeur)

하트 모양의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르 쾨르(Le Coeur) 백은 사랑을 테마로 알라이아 특유의 위트와 감각을 잘 보여준다. 미니멀리즘과 아이코닉한 형태의 결합물인 르 쾨르 백은 블랙핑크의 제니, 켄달 제너 등의 셀럽들이 착용하면서 젊은 MZ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르 테켈(Le Teckel)

프랑스어로 '닥스훈트'를 의미하는 '르 테켈' 백은 단순한 동물의 형상을 넘어, 길쭉한 형태의 가방으로, 독특하고 위트 있는 디자인이 특징으로 미니멀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비주얼 요소로 디자인적 상징성과 정서적 친근감을 동시에 지닌 아이콘 백이다.

-르 파파(Le Papa)

남성적인 브리프케이스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르 파파는 다소 각진 형태와 넉넉한 수납공간을 갖춘 데일리 백으로 남성적 형태에 여성적인 디테일을 가미하여 젠더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미감을 제안하는 디자인이다.

젠다야
알라이아 르 미나 백

-르 미나(Le Mina)

간결한 디자인 철학을 담은 '르 미나' 백은 뛰어난 가죽의 품질과 정교한 바느질, 착용 비율까지 섬세하게 반영된 '조용한 명품'의 전형이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젠다야

◆ 알라이아의 셀럽들

알라이아는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스타일과 존재감으로 시대를 정의한 여성들의 상징이 되었다. 알라이아의 셀럽으로 리한나, 캔달 제너, 젠다야, 블랙핑크의 제니, 에스파의 카리나 등 국내외 유명 셀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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