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음악가(기타 연주 및 레슨)인 조광형(56) 씨와 대구 동촌성당 사무장인 유미원(45) 씨는 2006년 결혼해 슬하에 4남매를 뒀다. 위로 둘(한국해양대 1학년 유비, 경상고 3학년 유신)은 남자아이고, 아래로 둘(동부고 1학년 유주, 입석중 2학년 유온)은 여자아이다. 엄마 유미원 씨는 "육아 원칙으로 가장 영순위에 두는 것은 '부부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것"이라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은 늘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이 바쁜 가족들

이 가족의 특징 중 하나는 구성원 모두가 주말에 바쁘다는 것이다. 엄마 유미원 씨는 직업상 주말에 출근하기도 하고 업무도 일주일 중 이 때가 가장 많다. 아빠 조광형 씨는 기타 레슨이 주말에 몰려 있다. 주로 성당의 밴드부를 가르치는 일이라 대구경북 곳곳을 누빈다. 아이들도 주말이면 성당 활동과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분주하게 지낸다. 이 집 식구들은 모두 종교가 가톨릭이다.
첫째 유비는 용돈을 벌기 위해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둘째 유신은 대학 입시 준비로 주말도 평일과 마찬가지로 시간적 여유가 없다. 두 딸은 성당 주일학교 전례부 및 밴드부에서 각각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며 활약하고 있다.
넷째 유온은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하는데 '온 식구가 일주일에 몇 번 저녁을 같이 먹냐' 는 질문에 '저희 가족은 일주일에 7번 아침을 같이 먹는다'고 적어낸 적이 있다"며 "어릴 때도 아빠가 쉬는 월요일에 주로 가족 외출을 했는데 박물관이나 휴양림이 대체로 그날 휴관이 많아 다른 곳을 찾아서 잘 다녔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이 집 아이들이 부모를 원망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다. 오히려 바쁜 부모, 특히 아빠를 걱정할 정도로 속이 깊다. 유주는 "아빠는 남들이 놀 때 일하고 남들이 일할 때 쉬는 것이라 어떻게 보면 아빠만 밤낮 없이 바쁜 생활을 하는 셈"이라며 "우리 집은 우리 집만의 사정과 룰이 있는 것이고 가족 모두 그 안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엄마 유미원 씨는 이런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는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그런데도 아이들이 오히려 이런 사정을 이해해주고 각자의 역할에 더욱 집중해주는 것 같아 고맙고 또 고맙다"고 말했다.
이 가족의 또 다른 특이점은 온가족이 악기 하나씩은 연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부부를 제외하고 자녀 넷 모두 검도 유단자(유비 2단, 유신 2단, 유주 1단, 유온 2단)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육아 원칙은 '부부의 행복'
남편 조광형 씨는 남자 형제만 셋인 집안에서 자랐고, 아내 유미원 씨는 위아래 남자 형제만 있는 3남매 집안의 고명딸로 자랐다. 이 때문에 둘 다 자라면서 여자 형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바람대로 부부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딸 둘, 아들 둘을 낳았다.
넷을 낳은 이유는 결혼 전 주례 신부님과의 약속 때문이다. 유미원 씨는 "결혼을 성당에서 했는데 주례를 서주기로 한 신부님이 서로에게 편지를 써오라고 했다"며 "그 때 제가 4명을 낳겠다고 약속을 해버렸다"고 했다. 이어 "이 얘기를 전해들은 동서가 '이렇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형님 뿐'이라고 하더라"며 "남편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에겐 지금 4명도 크게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부부는 지금까지 자녀 넷을 키워오면서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는다'는 육아 원칙을 지켜왔다. 유 씨는 "애들 넷이 똑같이 밥을 먹기 시작하면 둘째만 유독 먹는 속도가 느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이 아이가 정상이고 나머지 3명은 엄마 눈치에 빨리 먹고 마는 것이니 아이를 나무라지 말라'고 했다"며 "그 때부터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고 꾸중하지 않는 게 육아 원칙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맞추지 않고 엄마에 맞춰 아이들을 키운다'는 육아 원칙도 있다. 첫 아이가 온몸이 빨갛게 달아올라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그에게 한 조언 때문에 생긴 원칙이다. 당시 의사는 이렇게 얘기했다. "엄마, 이 아이는 이제 태어나서 세상에 적응해요. 엄마는 27년을 이미 살아 왔잖아요. 이 아이가 엄마에게 맞추는 게 쉬울까요? 엄마가 아이에게 맞춰주는 삶이 나을까요? 아이에게 맞추려면 엄마 못 살아요. 엄마에게 아이가 맞춰 자랄 수 있게, 예를 들면 소음에 노출돼도 잘 잘 수 있도록 그렇게 키워요."
그 때부터 부부는 아이들을 유별나게 키우지 않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무덤덤하게 키우는 육아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그 방식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더 체감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원칙 보다 조광형·유미원 부부에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부부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원칙이다. 부부가 화목하고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언제나 아이들 보다 서로가 영순위다. 유 씨는 "결혼 후 한 번도 집안 욕실 청소를 해본 적이 없다"며 "육아 분담에 있어 아이들 목욕과 욕실 청소는 남편 몫이었는데 이를 귀찮게 생각지 않고 언제나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줘 이 사람이 나를 참 배려하고 있구나 느낀다"고 말했다.

◆"넷 낳은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첫째 유비는 친구들에게 가족 소개를 할 때마다 늘 똑같은 반응을 접한다. '동생이 3명이나 있어?'. 그럴 때마다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하고 어머니가 세삼 대단하게 생각된다. 둘째 유신도 형제자매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형이랑 동생 2명 있다고 하면 좀 놀라면서 "어머님이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네 남매는 형제자매를 많이 낳아준 엄마아빠를 존경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형제자매가 많다는 것을 행복으로 느낀다. 무엇보다 형제자매가 많아서 제일 좋은 점은 외롭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유주는 언제든 대화할 상대가 있고, 고민이 있을 땐 털어놓을 수 있는 마음의 쉼터가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위안이라고 했다. 특히 명절이나 생일 같이 가족이 다 모이는 날에는 집안이 시끌벅적해서 늘 따뜻한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넷째 유온도 "가족 수가 많으니 서로 의지하고 돈독하다는 점이 좋은 점"이라며 "언니 오빠들이 있으니 든든하다"고 했다.
서로가 있어 즐겁다는 것도 이들 4남매가 공통으로 느끼는 장점이다. 유비는 "집안이 항상 시끌시끌하고 평범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어 하루하루가 재밌다"고 했고, 유신도 "어릴 적을 되돌아보면 어느 날은 형과 놀고 어느 날은 동생들과 놀고 늘 재미있었다"고 회고했다.
앞으로 이들 여섯 가족이 바라고 꿈꾸는 바는 그저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것' 뿐이다. "아빠는 아빠하는 일 잘되고, 엄마는 엄마일 하며 두 분이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아이들 바람이고, 부부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대로 살아가길 기도하고 있다.
첫째 유비는 졸업과 동시에 해양경찰공무원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다. 둘째 유신은 체육대학 입학이 1차 목표고 그 다음은 체육교사가 되는 것이다. 막내 유온은 "각자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살고, 모두 결혼해서는 명절이나 제사 때 한 번씩 얼굴 보며 살고 싶다"고 했다. 셋째 유주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직업을 갖고 싶고 무엇보다 가족이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다.
유주는 또 다자녀가정 혜택과 관련해 대구시에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제 경우 다자녀가정에 해당돼 대구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버스 환승 시에는 그대로 연동되지 않고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학교에 가려면 도시철도를 탄 뒤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정책하는 분들이 이런 허점은 제발 좀 바로잡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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