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체기 맞은 전기차 시장, 완성차 업계 '전략 다변화'로 생존 모색

BYD는 초저가로, GM은 V8으로… 완성차 업계의 상반된 해법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전기차 혁신 기술 전시회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전기차 혁신 기술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2025'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이라 불리는 수요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는 가격 인하로 전기차 수요를 자극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차에 다시 무게를 실으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BYD, 가격 인하·경차로 승부…GM은 내연기관 강화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이달 말까지 중국 현지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34% 내리기로 했다. 예상보다 더딘 수요 회복 속도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BYD는 내년 하반기에 일본에서 2천400만원대 경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준이 엄격한 일본 경차 시장은 글로벌 완성차의 불모지로 꼽힌다.

도후쿠지 아츠키 BYD재팬 사장은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적인 자동차라면 소비자들은 구매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 도로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는 BYD의 경형 전기차 스파이샷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미국GM은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8천만 달러(약1조2천억원)을 투자해 6세대 V8 엔진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GM은 앞서 해당 공장에 3억달러(약4천1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계획을 바꿔 내연기관 엔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하이브리드로 선회하는 완성차들…전기차 투자 축소 움직임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줄었다. 2021년 이후 미국의 월별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든 건 이번이 3번째다. 도요타는 2026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150만대에서 80만대로 낮췄고 혼다도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율 목표를 30%에서 20%로 조정했다. 유럽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23년에 5년 동안 전기차에 1천800억유로(약28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폭스바겐은 계획을 변경해 내연기관에 600억유로(약 93조4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전기차 시장이 침체를 겪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하이브리드 차 투자에 집중하는 전략도 눈에 띈다. 지난달 20일 6년 만에 완전 변경(풀체인지)된 신형 SUV 라브4를 공개한 도요타는 가솔린 모델 없이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출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요타는 지난해에도 대표 세단인 캠리의 하이브리드 모델만 출시하는 등 하이브리드 차량을 강화하고 있다. 스웨덴의 볼보 역시 2030년까지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계획을 최근 철회하고 10%는 하이브리드 차로 채우기로 했다.

현대차는 올해 완전 변경해 출시한 팰리세이드부터 성능과 연비를 개선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했다. 2027년부터는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배터리는 빌려 쓰는 시대'…BSS 실험 나선 업계

전기차 시장의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와 같은 혁신적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피트인'은 현대, 기아, 현대글로비스 등과 손잡고 7월부터 안양 지역 택시 법인을 대상으로 배터리 구독 및 교체 서비스(BSS)를 시행할 계획이다.

택시 법인이 BSS 서비스와 결합한 전기차를 구매하면 차량 소유권은 택시 법인이 갖고 배터리 소유권은 현대글로비스가 갖는다. 피트인은 현대글로비스에서 배터리를 임대해 구독 택시에 충전과 교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으로는 배터리 소유권만 분리할 수 없지만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모빌리티혁신위원회가 한시적 규제 특례를 적용했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전기차 혁신 기술 전시회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전기차 혁신 기술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2025'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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