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봉영 갤러리 제이아이 대표 "사진으로 인생 3막 도전…사진 전용 갤러리 열었죠"

"장래성 있는 청년 작가 도울 것, 사진 찍는 도전 과정이 즐겁다"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갤러리 제이아이(JI)를 열고 사진작가로 인생 3막에 도전하는 최봉영 대표.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갤러리 제이아이(JI)를 열고 사진작가로 인생 3막에 도전하는 최봉영 대표.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인생 3막인가요?" 검찰에서 공직 37년, 기업에서 10여 년, 이제 사진작가로 인생 3막에 도전하는 '갤러리 제이아이(JI)' 최봉영(79) 대표. 최 대표는 지난 5월 초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갤러리를 열었다. 2층 99㎡(30평) 규모의 아담한 사진전용 갤러리다.

4년 전, 그는 사진 문외한이었다. 카메라 작동법도 모른 채 무작정 나섰다. 첫 1년은 제주에서 노을만 찍었다. 석양은 붉게 물들다 단숨에 사라졌다. 인생의 마지막이 저런가 싶어 더는 머물지 못했다.

지난 4월 제43회 대한민국사진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최봉영 대표의 사진작품
지난 4월 제43회 대한민국사진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최봉영 대표의 사진작품 '아름다운 이끼 삭'.

어느날 밀양에서 본 햇살에 반짝이는 이끼가 카메라를 붙들었다. 그날부터 여태 이끼만 찍었다. 습하고 응달진 곳, 햇살도 잠시 스쳐가는 곳. 꽃도 없이 가장 낮은 바닥에서, 여름이면 풀에 가려 존재감도 없는 이끼. 그래서 영 그림(사진)도 안 되지만 최 대표는 이끼를 고집했다.

이끼의 꽃말은 '모성애'. 엄마 품처럼 자연을 포근히 감싼 이끼를 마주 할때마다 최 대표는 어릴적 반티를 이고 행상하던 어머니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동안 촬영한 이끼 사진으로 지난 4월에는 제43회 대한민국사진대전에서 수상(특선)도 했다.

지난 5월 초 최봉영 대표가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문을 연 갤러리 제이아이(JI) 1층. 개관 기념으로
지난 5월 초 최봉영 대표가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문을 연 갤러리 제이아이(JI) 1층. 개관 기념으로 '이끼'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갤러리에는 오픈 기념으로 그의 처녀작인 이끼 사진을 14점 걸었다. 갤러리 이름인 제이(JI)는 이끼가 자라는 땅 지(地)에서 따왔다. 최 대표는 갤러리 운영으로 돈 벌 생각이 없다. 오직 즐기는 공간으로, 수익이 난다 해도 생활에 보탤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다만 젊은 청년작가들이 도움을 청하면 이 전시장을 기꺼이 무료로 내 줄 생각이다. 장래성 있는 청년을 발굴하고 중견 작가로 키우는 보람도 인생 3막 목표 중 하나다.

최 대표의 또 다른 소망은 사진 작가로서 제161회 애든버러 국제 사진전과 , 오는 10월 일본 아사히 국제사진살롱에 도전하는 것. 애든버러 사진전에는 이미 출품을 마쳤다. 최 대표는 작품을 번역하고 출품하는 과정도 즐겁다고 했다.

지난 5월 초 최봉영 대표가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문을 연 갤러리 제이아이(JI) 2층. 개관 기념으로
지난 5월 초 최봉영 대표가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문을 연 갤러리 제이아이(JI) 2층. 개관 기념으로 '이끼'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인생 3막도 동반자 도움 없인 불가능 했죠" 최 대표는 사진을 찍고, 갤러리를 여는데 무엇보다 아내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카메라를 잡고부터는 매일 출근이니 건강이 좋아지고, 부부 사이는 더 돈독해졌다.

"내 사진이 좋다고는 생각 안 해요. 도전하는 과정이 즐겁죠."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이끼'를 찾아 다닐 것이라 했다. 집에서 쉬고 있자면 이끼가 자꾸 부른다고 했다. "집에서 뭐하는데? 안 오고 뭐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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