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서 배운 걸 지역 사회와 나누고 싶습니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태전역 부근. 깔끔하게 꾸민 체육관이 보인다. 지난 2월 문을 연 곳이다. 'ANGELS BASKETBALL TEAM'이란 간판이 눈에 띈다. '엔젤스 농구단'의 둥지다. 권성진(30), 지윤(28) 씨 형제가 이곳을 운영한다.
엔젤스 농구단의 전신은 2021년 만든 시민 농구단.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농구를 통해 협동과 도전 정신을 키워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성진 씨와 지윤 씨 모두 지역 농구 명문 계성고 출신. 프로 선수와 국가대표를 배출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엔젤스 농구단은 단순히 농구팀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농구를 가르치는 농구 학원, 농구 아카데미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보통 '엘리트 선수'라고도 부르는 전문 선수 출신인 형제가 농구를 가르치는 곳은 전국에서도 이 곳뿐이다.
성진 씨는 "다양한 농구 영상을 보면서 끊임없이 공부한다. 그래야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며 "형제가 함께 있는 게 도움이 된다. 서로 연습 상대가 돼 줄 수 있어서다. 서로 동작을 지켜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점검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성진 씨는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에서 2년 간 프로 선수로 뛴 적도 있다. 지윤 씨는 유소년 농구 국가대표 출신. 엔젤스 농구단에선 성진 씨가 원장, 지윤 씨가 부원장을 맡고 있다. 별도로 코치를 두지 않고 둘이 직접 농구를 가르친다.
이곳에선 현재 130여 명이 농구를 배운다. 유소년뿐 아니라 중, 고교생과 성인까지 지도한다. 대구에선 처음으로 성인 여성반도 운영 중이다. 형제는 거의 쉬는 날이 없다. 오전에 2~3시간 수업을 진행한 뒤 오후 3시부터 7시간 정도 농구공을 잡는다.
성진 씨는 "고향 대구에서 농구 저변을 확대하고 뿌리낼 수 있게 해보겠다는 꿈에서 시작한 일"이라며 "가르치는 건 우리 둘뿐이다. 다른 코치는 없다. 그래서 바쁘긴 하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게 배우는 이들에게 더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비시즌 기술 지도를 따로 받는 건 보편화. 르브론 제임스 등 특급 스타들도 예외 아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흐름 따라가는 추세. 하지만 대구에서 프로 선수들까지 챙겨 훈련을 돕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는 게 형제의 얘기다. 가스공사에서 뛰는 양재혁, 정성우도 이곳을 이용한다.
지윤 씨는 "우리가 프로 선수들과 겨루면 당연히 이기진 못한다. 그들은 농구에선 국내 최고 수준이다"며 "그래도 움직임 분석하는 건 우리가 나을 것이다.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고 중심 이동에 변화를 주게 하는 등 세밀한 부분을 챙겨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돕는다"고 했다.
형제는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대구경북의 아동복지시설을 돌며 '찾아가는 농구 교실'을 진행했다. 한국다문화재단과 함께 3대3 농구 대회도 열었다. 아버지 권재행 씨가 한국다문화재단 이사장이어서 어릴 때부터 나눔 문화에 익숙하다.

형제의 꿈은 고향 대구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눈앞의 수익보다 신뢰를 주는 농구 지도 기관으로 알려지고 싶다는 게 형제의 바람. 그들은 입을 모아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진심을 전하는 사업가,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선수로선 그러지 못했으나 농구를 가르치는 것으로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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