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종된 장맛비에 '돌발가뭄' 주의보…여름 '대형산불' 우려

돌발가뭄 발생일 2020년대 들어 급증
여름 산불 최근 10년 간 503건 발생…"상시 대응 체계 마련해야"

지난 14일 청도 운문댐 인근 한 마을 들깨밭에서 농민이 말라 비틀어진 들깨를 제거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14일 청도 운문댐 인근 한 마을 들깨밭에서 농민이 말라 비틀어진 들깨를 제거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최근 폭염이 강해지고 길어지는 추세에 '마른 장마'까지 겹치면서 짧은 기간 내 급격히 발생하는 '돌발가뭄'이 빈번해지는 모양새다. 연중 강수량이 집중되는 여름철 가뭄이 발생할 경우 그동안 발생률이 낮았던 여름철 산불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행정안전부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돌발가뭄으로 인한 여름 산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폭염형 돌발가뭄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돌발가뭄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2년 12건 발생하는 데 그쳤지만 1990년대 41.2건, 2000년대 46.8건에 이어 2010년대 75.4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2020년 이후에도 돌발가뭄 발생은 연평균 76건으로 증가 추세다.

돌발가뭄은 고온으로 수일 만에 땅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는 현상이다. 비가 내리더라도 폭염 지속일이 길어지면 갑작스레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가뭄과 달리 예측이 어렵고 피해는 더 큰 편이다.

돌발가뭄이 발생할 경우 여름 산불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점도 문제다. 폭염이 심했던 2018년의 경우 돌발가뭄이 급증하면서 여름철 산불도 산림청에 따르면 여름철(6월~8월) 산불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52건 발생했다가, 최근 10년(2015년~2024년) 사이에는 503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돌발가뭄이 여름철 산불 등 대형 재난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폭염이 심했던 2018년의 경우 돌발가뭄이 급증하면서 여름철 산불이 평년보다 많은 106건 발생했다. 특히 봄철부터 가뭄이 겹쳤던 2022년의 경우 경남 밀양시에서 사상 처음 여름철 산불이 대형산불로 번지면서 축구장 1천개 면적에 달하는 임야가 소실됐다.

대구경북 위험도가 유독 높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돌발가뭄 등 복합재해 발생이 예상되는 곳으로 경북을 지목했다. 지난달부터 평균 최고기온이 30.6℃를 기록한 대구도 역대급 무더위와 일찍 끝나버린 장마가 겹치면서 가뭄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역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로 인한 돌발가뭄 확산이 대형 산불로 번지지 않도록 상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경남 밀양 산불을 계기로 여름철에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깨졌다"며 "산불 조심기간이 아닐 때도 필수 지상진화인력과 헬기 출동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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