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을 만나다] 고문현 한국 ESG학회장 "지속가능 성장, ESG는 시대정신"

경북 문경 출신, 경북대 졸업…울산대·숭실대 법과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
환경권 주제로 학위 논문 써, 2021년 한국ESG학회 창립 때 차기 학회장 선임
이달 9~12일 제주서 제4회 월드 ESG포럼 개최…글로벌 ESG트렌드와 미래 주제
이재명 정부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 신설…AI 기술 기반으로 한 ESG 정책 의지 읽혀

고문현 한국 ESG학회장은
고문현 한국 ESG학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야말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가 시행될 전망인 가운데 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비재무적 경영 철학을 뜻한다. 기업들이 경영 활동을 영위하면서 탄소 배출 감소, 사회적 책임, 내부 통제 강화 등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소비자 인식 변화로 ESG는 이제 기업 경영 활동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한다. 우리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3년, ESG 공시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발표한 바 있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는 학계에서 'ESG 전도사'로 꼽힌다. 2021년 출범한 '한국 ESG학회'의 2대 회장인 고 회장은 이달 9~12일 제주에서 제4회 '세계 ESG포럼'을 이끌었다. 그는 경북 문경 출신으로, 경북대 행정학과(80학번)를 졸업하고 울산대·숭실대 법대 교수로 강단에 선 학자다.

고 회장은 특히 이달 중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바위그림)를 가리켜, "우리나라가 ESG의 원조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약 7천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고대인들의 고래 사냥 등 모습을 담았으며, 한반도 선사 문화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고 회장은 "공동체 협력과 환경 공존의 가치를 담은 상징적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 ESG와 인연은?

▶모교인 경북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거쳐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환경권'과 '환경보전의무'를 규정한 헌법 35조를 주제로 학위 논문을 쓸 정도로, 환경 분야에 관심이 일찌감치 높았고요. 중앙대 법대 강단에 섰다가 울산대 법대를 거쳐 숭실대 법대 교수로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2018년 24대 헌법학회장을 맡기도 했고요. 환경부장관을 지낸 조명래 단국대 교수가 2021년 한국 ESG학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될 때 차기 학회장으로 선임된 바 있습니다.

고문현 한국 ESG학회장은
고문현 한국 ESG학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야말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 제4회 월드 ESG포럼 어땠나?

▶한국ESG학회는 매년 청정지역 제주에서 '세계 ESG 포럼(WEF)'를 열고 있으며, 올해 4회째를 맞았습니다. 다보스 포럼의 공식 명식이 'World Economic Forum'(WEF)인 점을 좇아, 이와같은 담대한 도전을 표현하고자 세계 ESG 포럼으로 명명했습니다.

이달 9~12일 제주에서 열린 제4회 세계 ESG 포럼은 이희범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등 국내 전문가를 비롯해 ESG학회 회원 등 2천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올해는 'Global ESG Trends and Future of ESG'라는 주제 아래 'AI시대 ESG 미래 발전 방향'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AI시대 ESG와 반도체 산업의 미래', 'AI시대 ESG와 에너지 대전환', '저출생·지역소멸방지를 위한 ESG 방안', 'ESG와 지속가능한 사회' 등 9개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2025년 글로벌 ESG 트렌드는 에너지 전환 가속화와 탄소 중립 달성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중 AI는 전력 수요 관리와 에너지 사용량 절감에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ESG 구현에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실 산하에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 직책을 신설, AI를 기후·환경·에너지 정책에 전략적으로 연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입니다.

- ESG가 기업 활동에 갖는 중요성은?

▶ESG는 기업이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시대를 넘어, 환경·사회·거버넌스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ESG는 경영의 변수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상수로 자리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내 경제 측면에서도 ESG는 중요합니다. 한국은 GDP 대비 수출 비중이 약 37.6%(2023년 기준, 한국무역협회)이며, 특히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수출 산업이 GDP 성장의 핵심 축입니다. EU 시장에서는 ESG가 여전히 무역 규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기업에 있어 ESG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핵심 축인 수출 산업의 경쟁력에 직결된다 할 수 있습니다.

고문현 한국 ESG학회장은
고문현 한국 ESG학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야말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 ESG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한국ESG학회는 매년 '한국ESG대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한국ESG대상은 지속가능경영 성과가 우수한 기관·기업·단체·개인을 매년 발굴·시상함으로써, ESG 확산을 촉진하고 실천 우수사례를 공유하고자 시작됐습니다. 2023년부터 시작했으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신청이 매년 늘고 있습니다. 대기업 또는 대기업 협력사가 아닌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신청이 많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대기업들의 'ESG 경영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여전히 마케팅과 홍보 내용들로 이뤄진 부분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ESG 경영은 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정교한 데이터 관리로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외에도 우리 학회는 올해에 'ESG 사례연구'를 발간해 정부·공공기관·기업·단체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 국내 기업 ESG 모범사례는?

▶이번 월드ESG포럼에서는 여러 기업의 ESG모범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먼저 '환경(E)' 우수 기업으로는 기후변화 공동 대응에 있어, 업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HD 한국조선해양'과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목표로 그린메탈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고려 아연'이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S)' 면에서는 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고자 상생 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와 중견 건설사로서 근로자의 안전 보건 경영 체계 구축과 태국 근로자 관리에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는 '삼호개발'이 우수 사례로 꼽혔습니다.

'거버넌스(G)' 면에선 최근 상법 개정 등에 대비하도록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 중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돋보였습니다.

- 앞으로 목표는?

▶ESG는 기업 경영 뿐 아니라 행정·교육·의료 등 사회 각 분야를 망라하는 시대 정신이 됐습니다. 한국ESG학회가 ESG 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세계 최대 학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내년 4월에는 월드ESG포럼을 히말라야에서 개최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약력

-1960년생, 경북 문경

-경북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수학, 서울대 일반대학원 법학과 졸업

▶경력

-숭실대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전 울산대 법학과 교수)

-한국ESG학회 회장

-도로교통공단 'KoROAD 교통안전 정책자문단' ESG·경영전략분과위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ESG위원회 자문위원

-국민건강보험공단 ESG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가스기술공사 ESG위원회 위원

-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

▶수상 경력

-한국환경법학회 학술상(2011년)

-환경부장관 표창(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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