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特使)는 특파사절(特派使節)의 줄임말이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특정 문제에 관한 교섭을 하기 위해, 또는 그 나라와의 관계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견하는 일시적 성격을 지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20일 캐나다 특사와 말레이시아 특사를 추가로 파견하면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고, 새 정부의 국정 철학 및 대외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주요국에 대통령 특사단을 파견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미·일·중·러 등 주요국 중심의 특사 파견(派遣)에서 범위를 넓혀 유럽과 동남아 등 14국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번 특사는 새로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통령을 대리해 파견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래서 언론에서도 '대통령 특사'라고 부른다. 관세 협상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미국을 제외한다면, 딱히 시급하게 다룰 현안도 없는 만큼 신임 대통령 취임 인사차 방문하는 특사단으로 해석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국제 외교에서의 형식(形式)은 때로 실질을 넘어서는 많은 것을 내포(內包)하는 경우가 흔하다.
외교 참사(慘事)는 미국과 더불어 자유 세계의 중심축(中心軸)을 이루는 영국에서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단장)·최민희·박선원 의원으로 구성된 영국 특사단은 왕은커녕 행정 수반인 총리 얼굴조차 마주하지 못했다. 겨우 조나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을 뿐이다. 한 나라 국가원수의 친서를 특사가 파견된 상황에서 보좌관을 통해 접수한다는 것은 대단한 무례(無禮)이고 무시(無視)로 보일 수 있다. 자유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으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도 전혀 맞지 않다.
유럽의 강대국인 프랑스에서도 똑같은 참사가 일어났다. 강금실 프랑스 특사단장과 한병도·천준호 민주당 의원 역시 '대통령 특사'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만나지도 못 한 채 에마뉘엘 본 대통령 외교수석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만난 주요 인사도 영국에서처럼 상원 부의장, 하원 의원 등 대통령 특사라는 격(格)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영국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불가피했다는 변명(辨明)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일정은 특사단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으며, 만나서 사진 찍고 친서 전달하고 차 한잔 하는 시간은 '10분'이면 족한 탓이다. 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패싱당한 이재명 대통령이 소환(召喚)되지 않을 수 없다. 설마 이에 대한 보복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 불참을 선언한 것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외교 참사의 조짐(兆朕)은 파리 유네스코 회의에서 군함도(일본명 하시마) 문제와 관련, 이재명 정부가 앞뒤 없이 일본과 전례없는 표 대결을 주장했다가 대참패한 것에서 이미 나타났다. '우물 안 개구리' 사고방식으로는 국제 무대에서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대통령 특사단을 파견하면서 상대국이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을 선정한 것인지, 아니면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을 보낸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통령 특사에 대한 주요국의 홀대(忽待)를 그냥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나라 밖에서 새는 쪽박 안에서는 도대체 어떨까' 하는 우려와 염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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