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교영] '반구천 암각화' 딜레마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지난 12일 울산 '반구천 암각화(巖刻畫)'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登載)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 준다"며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반구천 암각화를 호평했다.

암각화는 바위에 윤곽을 그린 뒤 색을 입히거나, 바위를 쪼아 형상을 드러낸 것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른다. 반구대 암각화의 그림은 312점. 고래가 물 위로 솟구치는 모습, 작살과 그물을 든 사냥꾼, 춤추는 주술사(呪術師) 등 선사시대의 생활·문화를 보여 주는 인류의 보물이다. 천전리 암각화는 신석기시대 동심원 같은 기하학적 무늬, 신라시대 글·그림 등 625점을 품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가 딜레마에 놓였다. 암각화 보존이 먹는 물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산 시민의 식수원(食水原)인 사연댐(1965년 건설) 안에 있다. 암각화는 1971년 발견됐다. 암각화는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긴다. 지난 19일 폭우로 물에 잠기기도 했다. 흐르는 물은 암각화를 마모시킨다.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사연댐의 물 공급량이 준다. 울산 시민의 절반이 사연댐 물(하루 18만t)을 먹는다.

지난해 국가유산청·환경부·울산시는 655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댐의 물을 빼는 수문(水門)을 만들기로 했다. 수문을 세우면 암각화는 1년에 하루 정도만 물에 잠긴다. 문제는 식수 부족. 환경부는 지난해 운문댐 물을 끌어오는 계획을 세웠다. 운문댐은 대구 시민의 식수원이다. 그래서 대구의 부족한 식수를 안동댐 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북 의성, 상주 등이 농업용수 부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얽히고설킨 '물의 전쟁'이다.

노자(老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나 공을 과시하지 않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래서 도와 가깝다.' 물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도(道)의 표본이란 뜻이다. 사람이 물의 속성을 무시하고, 서로 제 것인 양 우겨 대니 이를 어이할꼬.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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