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는 더 이상 '과거의 도시'가 아니다. 고대와 현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유일무이한 문화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경주 오릉과 대릉원 일원에 현대 미술관 '플레이스C'와 '오아르미술관'이 각각 들어서고, 신라 왕릉과 금관의 섬세한 곡선은 오늘날 작가들의 조형 언어 속에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경주는 이제 천년 고도를 넘어 천년의 예술혼이 깃든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 변화의 시작에는 '경주 아트패스'가 있다. 경주의 주요 미술관을 하나의 입장권으로 관람할 수 있는 통합 할인 상품이다. 이는 경주에 흩어져 있는 미술관과 전시 공간, 역사문화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예술 경험 통합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관광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대 불교 미술에서 현대 추상 회화까지 한 호흡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는 관광의 패러다임을 '소비'에서 '감응'으로 전환시키는 모델이 될 것이며, 천년 경주의 다채로운 문화예술 콘텐츠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게 만든다.
경주 아트패스는 우양미술관, 솔거미술관, 불국사박물관, 플레이스C와 함께 본격적으로 출시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미술관, 예술가, 관광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되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술 도시 경주 브랜드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10년 전 경주 부시장 재임 시절부터 '예술을 통한 도시의 재정의'를 고민해 왔다. 2015년 박대성 화백의 작품 830점을 기증받아 개관한 지역의 예술 정체성이 담긴 경주 최초의 공립 미술관인 솔거미술관 사례를 통해 미술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지역 문화 생태계의 거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예술 도시 경주의 활로가 활짝 열렸음을 확신한다. 분명한 것은 경주 아트패스는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로의 지름길 역할을 해낼 것이다.
이 지름길을 갈고닦아 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관련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APEC CEO SUMMIT(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예술 전시 행사 등을 수용하고 전시할 수 있는 문화 공간 확보와 더불어 도립 미술관 및 민간 주도의 대형 아트센터 유치 등의 노력이 수반될 때 지속 가능한 예술 환경의 초석이 다져지리라 본다.
경주 아트패스는 단발성 정책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문화관광 전략의 핵심축이 될 수 있다. 공립과 민간 미술관을 통합하는 접근은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고, 유네스코 등재 유산과 결합된 관람 경험은 미래 관광 트렌드를 이끌 기반이 된다. 여기에 국제적 행사를 품을 수 있는 현대적 문화 인프라가 조성된다면, 경주 아트패스는 단순한 관광 상품을 넘어 경주를 세계적 예술도시로 도약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경주는 과거를 간직한 도시에서 미래를 창조하는 예술 허브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관광은 이제 산업이 아니라 문화예술적 설득의 장이 되어야 한다. 천년 전 서라벌의 예술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고, 그것을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바로 경주 아트패스다. 필자는 이 프로젝트가 경주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문화로 세계를 연결하는 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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