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지금 고향 집에 계신다. 근처에 누님이 계셔 자주 들여다볼 수 있어 그나마 안심이 된다. 하지만 문득 생각이 머문다. 만약 주변에 가족이 없었다면, 어머님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돌봄을 받고 계셨을까. 이 질문은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 될 미래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2025년, 전체 인구의 약 20.6%가 65세 이상을 차지하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은 2035년이면 고령인구 비율이 30%를 넘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제 돌봄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구조적 과제가 되었다.
그동안 말기 질환이나 중증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은 병원이나 요양시설 등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기관이나 시설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높은 현실은, 오랜 시간 우리 사회의 돌봄이 시설 중심으로 작동해왔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응답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도 79%의 노인이 익숙한 지역에서 돌봄받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돌봄 정책이 더 이상 시설 중심이 아닌 삶 중심, 거주지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정부는 2024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2026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누구나 살던 곳에서 필요한 돌봄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시·군·구에는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며, 보건·의료·요양·일상생활지원이 연계된 복합돌봄이 지역 기반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의 출발점은 "살던 곳에서 사람답게 살다 가고 싶은" 사람들의 당연한 소망에서 비롯되었다. 그런 점에서 돌봄은 행정의 편의가 아닌, 사람의 자리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통합돌봄법 시행에 따라 이제 시민들은 여러 기관을 전전하지 않고,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한 곳에서 신청만 하면 통합판정을 받고 맞춤형 서비스를 연계받을 수 있게 된다.
대구에는 이미 그 초석이 되는 제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 유일의 '기억학교'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경증치매노인을 대상으로 주간보호, 인지재활 프로그램, 가족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시설 입소조차 어려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가족의 부양부담을 줄이며, 노인의 자립성과 일상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온 대구만의 독보적인 돌봄서비스다. 또한 재가노인지원서비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은 집으로 찾아가는 돌봄이라는 통합돌봄의 핵심 취지에 부합하는 서비스들로, 대구시는 이를 통해 돌봄의 실질적 체감을 높여 왔다.
이러한 지역 기반의 돌봄정책들은 통합돌봄법 시행과 충돌 없이 연계되어야 한다. 제도는 하나로 통합되더라도, 현장은 다양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존의 자산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하고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대구형 통합돌봄은 중앙의 틀에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모델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복지정책의 지속성과 현장성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며 의정활동을 이어왔다. 대구시 재가노인돌봄센터의 인력 감축 문제, 기억학교 운영 지침의 급작스러운 변경으로 인한 현장 혼란 등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행정 결정이 아닌 현장 중심의 조율을 촉구하며 수차례 간담회와 질의를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제도 설계 이전에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원칙이었다.
'대구광역시 지역 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 이 조례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대비한 대응 차원을 넘어, 대구시가 지역 기반 복지의 방향성을 주도적으로 설정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조례에는 통합지원 지역계획 수립 및 시행, 전담조직 설치, 통합지원협의체 구성 및 운영, 협력체계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복지는 위에서 내려보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 곁에서 함께하는 실천이다. 어머님처럼, 누군가 곁에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사회.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 그것이 바로 이상적인 '대구형 통합돌봄'의 모습이다.
이제는 중앙정부, 광역시·도, 기초지자체, 민간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를 넘어, 함께 설계하고 함께 돌보는 돌봄 공동체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제도는 법률로 완성되지만, 진짜 돌봄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로 작동한다. 그 연결의 시작을 대구가 앞장서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길을 실천할 때다.
정일균 대구시의원(수성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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