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경주 노서동의 한 집터 공사 중 우연히 신라의 무덤이 드러났다. 훗날 금관총으로 불린 이 무덤 속에 잠자고 있던 금관은 '황금의 나라' 신라의 실체를 세상에 처음 알린 주인공이었다.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경주 곳곳에서 발굴된 금관 6점이 사상 최초로 한 자리에 모였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7일 경주 APEC 및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Silla Gold Crowns: Power and Prestige)' 언론공개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분산돼 소장하고 있던 국보·보물 금관들이 처음으로 집결하는 역사상 초유의 전시인만큼 올 초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더해 신라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6점의 금허리띠와 금귀걸이, 금팔찌, 금판지 등 장신구까지 함께 선보이며, 신라 황금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금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높이 세운 화려한 장식과 길게 늘어뜨린 드리개가 아닐까. 전시 도입부는 신라 금관 특유의 조형과 상징을 해석한 영상으로 시작한다.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금관의 나뭇가지 모양의 세움 장식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를, 사슴뿔과 새 모양 장식은 풍요와 초월적 권능을 의미한다"며 "곱은옥과 드리개는 생명력과 재생, 황금빛은 절대 권력과 부의 상징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영상과 함께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것은 교동 금관이다. 1969년 경주 교동에서 도굴꾼에 의해 도굴된 뒤 1972년 압수해 되찾은 교동 금관은 가장 오래된 신라 금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어 '금관의 방'에서는 최초로 발굴된 금관총 금관과 금허리띠, 서봉총 북분 금관과 금허리띠, 금령총 금관과 금허리띠가 나란히 전시됐다. 특히 서봉총 금관의 주인은 굵은 고리 귀걸이를 하고 큰 칼 등이 출토되지 않은 점에서 여성일 개연성이 높다. 금령총 금관은 비교적 크기가 작아 어린 남자 왕족으로 추정되기에, 마치 이 세 점의 금관은 '신라 로열패밀리'의 유산을 보여주는 듯한 재미를 더한다.
전시장 가운데의 황남대총 금관과 금허리띠를 통해서는 그것들이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왕권과 위신을 드러내는 상징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황남대총 왕비 금관은 다른 금관에서는 볼 수 없는 굵은 고리 드리개가 3쌍이나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고 화려한 천마총 금관은 금허리띠, 황금 장신구와 함께 단독 공간에 전시돼 눈길을 끈다. 무덤의 주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금으로 장식된 모습은 생전의 부와 권력이 사후세계에서도 계속되길 바랐던 신라인의 믿음을 보여준다.
김 학예연구사는 "불상이나 도자기 등 동아시아에서 보이는 공통의 문화유산과 달리, 100년 가까이 정형성을 이어온 금관은 오직 신라만이 유일하다"며 "이번 전시는 독창적인 유산이 탄생한 장소에서 열리는 전시이자, 신라의 황금 문화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신라 황금 문화를 대표하는 금관 6점의 형태와 장식 등을 한 자리에서 비교하며 집중 관람할 수 있어 의미를 더한다. 또한 별도로 마련된 스크린을 통해 금관의 세부 모습을 디지털 이미지로 확대해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신라 장인의 정교한 기술과 금속공예의 아름다움을 보다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에서는 지난 100년 간의 학술 연구 성과를 반영해, 금관의 제작 기법과 순도 분석, 상징 해석, 재료의 원산지 논의 등도 함께 다룬다. ▷신라 금 산지는 어디였는지 ▷금관은 장송용이었는지 등에 대한 답을 터치식 스크린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APEC 공식 문화 행사 중 하나인 이번 특별전을 통해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고, 과거와 현재, 경주와 세계를 잇는 문화외교의 장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라역사실 3a실에서 열리는 특별전은 APEC 관련 임시휴관으로 11월 2일부터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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