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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아침-김노주] '사법개혁 3법'을 염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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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사법부의 근간을 흔들지도 모르는 사법개혁 3법을 여당이 단독으로 통과시켰고 국회를 통과한 3법 모두 3월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보통은 법률의 공포와 시행 사이에 유예 기간이 있지만 이 3법은 부칙에 공포일을 시행일로 정해 바삐 시행됐다. 이 3법에 대한 논란은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의 장기화와 제1 야당의 6·3 지방선거 공천 내홍(內訌)에 묻혀 슬그머니 지나가는 듯하다.

우선 대법관의 수를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했다. 증원된 12명은 시행 2년 뒤부터 매년 4명씩 증원하므로 빠르면 2030년 3월 13일이 되면 26명을 채우게 된다. 법 개정의 이유 중 하나로 기존 대법관들이 연간 5만6천 건이 넘는 사건을 떠맡는 과중한 부담을 들었는데 일견 일리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현 대통령이 임기 내에 12명을 모두 임명하고, 또 그 사이에 임기가 종료되는 대법관까지 임명하게 되면 26명 중에 과반(過半)을 훌쩍 넘기는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법관의 인적 구성이 특정인 또는 정당에 유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4년 내에 12명의 대법관이 대통령에 의해 추가로 임명될 수 있으므로 대법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특정인 또는 정당의 눈치를 볼 수가 있다. 이로 인한 사법부의 정치화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 소원 제도도 문제가 있다. 기존의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는 예외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법원의 재판 결과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불복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 사실상 4심제를 가능하게 하였다.

개정 제안 이유로 재판이 명백히 헌법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더라도 구제수단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판사가 헌법이나 법률에 맞지 않는 재판을 할 경우에 대비해 헌법과 관련 법률은 3심제 재판을 정했고 1심과 2심에서는 사실관계를 다투고, 3심에서는 법리관계를 겨룰 기회를 부여했던 것이다.

더구나 기존 형사소송법 420조에 대법원 판결 후에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재심을 허락하고 있다. 기존의 제도가 이처럼 잘 짜여있는데도 굳이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제4의 길을 열어 줌으로써 돈이나 권력이 있는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의 확정을 미룰 수 있는 길만 터주는 셈이 아닌지 걱정된다.

헌법은 사법부나 헌법재판소를 독립적인 부나 기관으로 정하여 상호 견제를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다시 헌법소원심판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마치 사법부(府)가 헌법재판소(所)의 하위기관인 듯 보이게 한다.

신설된 법왜곡죄는 법관, 검사 또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령을 잘못 적용하여 당사자의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했다. '법령 잘못 적용'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힘들고, '유리 또는 불리'라는 말에 자의적(恣意的) 해석이 가능해 법의 안정성을 해칠까 염려된다.

이 법의 제안 이유 중 하나로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들고 있다. 국민적 요구를 어디서 어떻게 조사했는지 알 길이 없으며 더구나 기존 형법 123조에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죄'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형법 123조를 두고 굳이 특정 직업군을 겨냥해 법률을 신설하는 것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법 정신에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나아가 이 법 부칙 2조에 이 법 시행 당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에도 적용한다고 밝혀 헌법이 금지하는 '소급 입법 금지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헌법 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것을 정하고 있는데 법왜곡죄가 헌법 103조와 상충(相衝)할 가능성까지 있다.

헌법이 규정한 법관의 권리가 소홀히 되고, 개혁 3법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흐린 점을 고려해 볼 때 개혁 3법이 과연 필요하고, 절차는 정당했으며, 국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염려를 떨칠 수가 없다. 나라의 기둥인 사법부가 흔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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