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위대'는 모순(矛盾)적인 조직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47년 제정된 일본 헌법 9조는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명시했지만 냉전이 시작되자 1954년 자위대를 창설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군사력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으며, 공격받을 때만 대응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위헌 논란을 피해 왔다. 1991년 걸프전에서 130억달러를 제공하고도, 돈으로 국제적 역할을 대신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일본은 해외 파병의 길을 열었다. 2015년엔 자국에 대한 직접 공격 없이 동맹국이 공격받아도 무력을 사용해 함께 방어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도 일부 허용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 출범 이후 자위대는 다시 변하고 있다.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사실상 폐기했고, 자위대 계급 체계를 국제 군사 기준에 맞추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전후(戰後) 오랜 기간 '평화국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무기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 왔으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의 방산 협력을 추진하며 동아시아 지역 안보 네트워크의 공급자로 나서고 있다. 군사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뜻이다.
배경에는 중국과 미국이 있다.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일본은 전쟁 가능성을 전제로 전략을 재편한다. 미국은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 확대, 미군기지 방호 강화, 공동작전 체계 강화 등을 내세우며 '함께 싸우는 국가'로의 변신을 요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이 '자이텐벤데(Zeitenwende, 시대 전환)'를 선언하며 재무장에 나선 것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일본의 재무장 강화는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다르다. 동북아의 특수성 때문이다.
자위대는 어디까지 변화할까. 자위대의 헌법 명기, 즉 사실상 군대 인정이 현실화하면 일본은 전후 체제를 공식적으로 끝내게 된다. 단순히 일본 헌법 개정이 아니라 국제 질서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다. 중국은 팽창하고, 미국은 재배치하며, 일본은 재무장한다. 여기에 북한의 핵 문제까지 더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요구는 복잡한 함수(函數)가 된다. 자위대가 자위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제 질서 재편의 힘으로 바뀌면서 한·미·일 안보 구조는 현재와 사뭇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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