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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부채감은 왜 현장에만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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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문화부 기자

최현정 문화부 기자
최현정 문화부 기자

취재를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면, 분야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늘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을까.

공연을 만드는 사람도, 기획하는 사람도, 작은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는 "아쉽다"는 말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때의 아쉬움은 과연 누구의 몫일까.

최근 대구 문화예술계는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행정 공백 속에서 지원은 눈에 띄게 줄었고, 정책 사업의 추진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그간 문화도시로 불리던 대구를 두고 "잃어버린 시간이 길다", "쌓아온 돌탑이 무너지기 직전의 기회이자 위기"라고 말한다. 현장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기도 하지만, 이를 지속할 구조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대구시장 부재 기간 동안 일부 문화기관을 둘러싸고 운영과 관한 여러 지적이 제기됐지만, 감사 이후에도 명확한 결론이나 후속 조치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를 짚는 것에서 나아가, 그 이후의 변화까지 확인될 때 비로소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그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채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뭔가 해내야 할 것 같고,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더 보여줘야 할 것 같은 마음. 그런데 이 감정은 늘 현장에만 남는다.

정책을 설계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주체는 지금 이 도시의 문화 환경에 대해 이들과 같은 무게의 책임을 느끼고 있는지 묻고 싶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문화는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나기 쉬운 영역이지만, 동시에 도시의 매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를 단순히 '일자리' 하나로만 단정 지을 수 없다. 대구가 '살 수 있는 도시'를 넘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잘 키운 문화·관광 자원 하나는 일상에서 선택지를 만들고, 그 선택지가 쌓여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때의 문화는 공연·전시 같은 소비 영역과, 일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인 조직 문화까지 포함한 보다 넓은 개념이다.

대구는 화려한 관광 자원을 가진 도시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 안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의 힘이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문화가 계속해서 후순위에 머문다면, 도시의 활력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문화예술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조직에서 비슷한 구조적 문제가 반복된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위에서 방향을 정해줘야 할 구조는 현장을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한 채 부채감만 안겨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부담과 책임은 아래로 쌓이고, 결정과 권한만 위에 머무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 간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어떤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한 조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채감의 방향이 바뀌어야 할 때다. 현장뿐만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는 쪽에서 더 많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부족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일을 할 수 있는 조직과 도시. 그런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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