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일 동안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중동전쟁이 종전(終戰)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초반대로 내려왔고, 뉴욕증시와 코스피는 일제히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는 에너지 수급뿐 아니라 물가와 환율, 물류망 전반을 위협했다. 유가(油價) 안정은 기업의 부담을 낮추고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한다. 가계와 기업 모두 한숨 돌릴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종전의 가장 큰 경제적 의미는 유가 하락 자체보다 인플레이션 압력 감소에 있다. 전쟁이 장기화됐다면 중앙은행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해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緊縮) 기조를 택했을 것이고,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컸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수는 금리와 관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번 주 케빈 워시 의장 체제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시장은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보지만, 더 큰 관심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쏠려 있다. 견조(堅調)한 고용시장과 높은 물가를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은행은 16일 기준금리를 1.0%로 인상했다.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낸 데 이어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인 일본의 초저금리 자금이 본국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더 커졌다. 무역법 301조를 앞세운 미국의 통상정책도 변수다. 관세 장벽은 더 공고해질 태세다.
하반기 한국 경제는 중동 정세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지속 여부, 주요국 통화정책, 글로벌 자금 흐름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미국의 통상(通商) 압력과 글로벌 자금 이동에 대응할 금융·통상·통화 전략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시장은 종전 소식에 환호하지만 경제는 결코 안도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종전이 한국 경제에 준 가장 큰 선물은 유가 하락이 아니라 준비할 시간이다. 시간을 허비한다면 다음 충격은 호르무즈 해협이 아니라 워싱턴과 도쿄에서 닥쳐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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