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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일과/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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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당선자 장예은 님.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당선자 장예은 님.

봄이 물러간 자리에 취업 공고 몇 개가 스마트폰 화면을 떠다닌다.

손가락으로 위를 밀어 올릴수록 나는 아래로 가라앉는다

공원 벤치에 앉아 꽃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본다.

꽃밭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서로의 그림자를 먹고 있는 곳

옮겨 심은 국화는 어느 사이에 큰 지도를 펼치고 잎들은 흙의 모양을 바꾼다.

그 아래 채송화 몇 송이가 고개를 밀어 올리고 있다

햇빛은 오지 않는데 기다리는 자세만 점점 높아진다

백리향은 비가 지나가는 방식으로 몸을 낮춘 채 빈 곳을 하나씩 감싼다.

마치 빈칸을 발견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참나리 등을 본다.

누군가 기대어 울었을 것 같은 곡선.

그 위로 나팔꽃이 올라타고 방향을 비튼다 사과도 변명도 없이

식물들은 곁 지나가는 법을 다투지 않는다

밀어내고, 휘감고, 감싸고, 올라타고, 기어오르며

손이 없는 데도 너무 많은 손짓을 한다.

꽃밭 가장자리에서 민들레 하나가 씨앗을 턴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은 것들이 가장 멀리 가는 이유가 된다.

하얀 입김 같은 것들이 공중에 잠시 걸려 있다.

나는 달달 떨고 있는 맨발을 슬리퍼에 끼워 넣는다

국화 곁가지에, 채송화 눌린 잎에, 휘어진 참나리 씨앗에

아직 닿지 않은 밤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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