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여닫는 데 쓰이는 작은 부품인 힌지에서 자동차 내연기관 부품을 거쳐 휴머노이드 로봇 관절까지, '한국피아이엠'의 성장사는 지역 제조업이 산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압축판이다. 단순히 산업 트렌드를 뒤쫓는 것이 아닌, 정밀부품 기술력을 시장에 맞게 확장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변화는 새로운 기회
2001년 설립된 한국피아이엠은 금속분말사출성형, 이른바 'MIM'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MIM은 금속 분말과 바인더를 섞어 원하는 형상으로 사출한 뒤 탈지·소결 공정을 거쳐 정밀 금속부품을 만드는 공법을 뜻한다.
작고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강점이 분명하다. 회사는 힌지, 노트북 부품 등 전자제품 시장에서 먼저 활로를 찾았다. 하지만, 전자부품 시장은 모델 교체 주기가 짧고 수요 변동성이 컸다. 송준호 한국피아이엠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공급하는 물량의 편차가 컸다. 어떤 달에는 직원 절반을 쉬게 해야 할 정도로 물량 기복이 심했다"고 회고했다.
사업 전환의 분기점은 자동차 부품이었다. 한국피아이엠은 2008년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에 터보차저 부품을 공급하며 부품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후 터보차저, 변속기, DCT 부품 등으로 품목을 넓히며 자동차 부품을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키웠다. 피처폰 부품 기업에서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변신한 셈이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자동차 산업은 까다로운 품질 기준과 장기간 검증 절차를 요구하지만, 이 과정을 통과하면서 회사의 기술 신뢰도도 함께 높아졌다"면서 "현재 터보차저와 변속기 부품은 한국피아이엠의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자 다음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고 했다.
◆ 미래 산업으로 한 발 더
변화는 멈추지 않았다. 전기차 도입이 확산하면서 내연기관 부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했다.
이에 한국피아이엠은 정밀 금속가공 기술 역량을 전기차, 수소, 자율주행 부품으로 확장했다.
회사가 주목한 소재는 티타늄이다. 가볍지만 강도가 높고 내식성이 뛰어나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부품에 적합한 소재로 꼽힌다. 배터리 무게가 차량 효율과 주행거리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전기차 시장에서는 부품 경량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금속가공 기술에 티타늄 MIM 양산 기술을 접목한 경량 부품이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자율주행 카메라모듈 부품과 고화소 카메라용 차세대 제품 개발을 진행하며 기존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확보한 품질 관리 역량을 미래차 전장 부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부품을 넘어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소재·부품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내연기관 부품을 만들던 기업이 전기차 전환을 위기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정밀 금속부품 기술의 쓰임새를 넓히는 계기로 삼은 셈이다.
한국피아이엠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미래 먹거리도 선점했다.
로봇 손과 관절에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강한 부품을 필요로 한다. 사람 손가락처럼 정교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초소형 감속기와 정밀 부품 기술이 핵심이다.
한국피아이엠은 초정밀 부품을 구현하는 마이크로 MIM 기술과 티타늄 기반 경량화 기술을 활용해 로봇 손 부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봇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자동차 부품 사업에만 머물지 않고 다음 성장축을 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한국피아이엠의 전환은 대구경북 제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 산업은 오랫동안 자동차 부품, 기계, 금속가공 등 전통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나 기존 공급망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단순 생산능력보다 소재, 공정, 설계, 품질을 아우르는 기술 내재화가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피아이엠은 AX(AI 전환)을 통한 생산력 향상과 더불어 신소재·신제품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송준호 대표는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제조기업의 길"이라며 "피처폰 힌지에서 시작한 작은 부품 기술이 자동차를 거쳐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향하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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