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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쓱싹 그리는 시대, 고미술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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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무명 화가 작품도 추정가 5배
현대미술서 넘어온 수집가들 경매가 견인
젊은 수집가들 "낡을수록 새롭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직원이 토머스 로렌스가 그린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직원이 토머스 로렌스가 그린 '웰링턴 공작의 초상화'를 살피고 있다. AP 연합뉴스

"어느 쪽이 주인이고, 어느 쪽이 노예인가?"

지난달 30일 예술품 경매가 열린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17세기 무명 네덜란드 화가의 그림이 추정가의 다섯 배가 넘는 가격에 팔려 화제가 됐다. 두 개의 해골과 문구가 그려진 이 그림의 낙찰가는 43만1800 파운드(약 8억7천만원)로, 8만~12만 파운드로 매겨졌던 추정가를 크게 웃돌았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최근 미술시장에서 1850년대 이전에 그려진 고전 명화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보수적 취향으로 여겨지던 고전 회화가 젊은 수집가들의 관심을 받으며 경매시장에서 예상을 웃도는 가격에 팔린다는 것이다.

같은 경매에서 영국 화가 토머스 로렌스가 그린 웰링턴 공작의 초상화는 967만 파운드(약 194억원)에 낙찰됐다. 이는 로렌스 작품 경매 사상 최고가로, 종전 기록을 네 배가량 뛰어넘은 금액이다.

지난 6월 30일 영국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낙찰된 17세기 네덜란드 고전회화. 아래 문구에
지난 6월 30일 영국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낙찰된 17세기 네덜란드 고전회화. 아래 문구에 "어느 쪽이 주인이고, 어느 쪽이 노예인가(Uter Dominus Uter Servus?)"라고 적혀있다. 크리스티 갈무리

크리스티에서 고전 회화를 총괄하는 앤드루 플레처는 요즘 시장에 "특이한 것에 대한 갈망"이 있다며, 현대미술에서 넘어온 수집가들이 고전 명작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소더비 역시 이날 저녁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의 23%가 이 분야에 새로 진입한 수집가에게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는 특정 지역만의 반응이 아니다. 아트바젤과 UBS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세계 미술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4% 늘어난 596억 달러(약 89조원)에 달했다. 2년 연속 위축됐던 미술시장이 3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수집가들이 고전미술의 '가성비'에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고전 회화는 현대미술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그 희소성이나 가치는 루브르에 걸릴 만큼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집가들이 특정 분야를 전문적 시선으로 파고들었다면, 새로운 세대의 수집가들은 "이미지와 작품의 시각적 충격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평도 나온다.

고전 작품이 현대미술 부문 경매에 함께 오르는 등 시대 구분이 모호해진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는 크리스티에서 사상 최고액인 4억5천만 달러(약 5천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과 인물, 풍경을 그리는 구상미술의 유행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에게 이런 작품이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물의 범람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고전 회화의 인기에 대해 찰스 스튜어트 소더비 최고경영자는 "오래된 것일수록 더 장인적이고 인간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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