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월드컵이 정치인들의 놀이터로 변질되고 있다. 유난히 정치권의 입김이 거센 탓이다. 대중영합주의적 퇴행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 국가의 경우 경기 결과에 따라 일상이 마비될 정도의 격한 반응으로 이어진다. 대중적 관심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전정지 징계 유예' 요청이다. 자국 골잡이 폴라린 발로건이 32강전에서 퇴장당한 것에 대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판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받아들여졌다. 레드카드를 받고도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혜로 비칠 만큼 전무한 사례다. 이러니 유럽축구연맹(UEFA)마저 "규칙의 확실성이 그걸 지켜야 할 이들에 의해 더 이상 보장되지 않으면 경기의 온전함과 대회 신뢰가 훼손된다"며 FIFA를 맹비난했다.
BBC도 월드컵에서 총 189차례 레드카드가 나왔지만 다음 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피한 경우는 두 번째라고 보도했다. 첫 번째가 1962년 칠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브라질 가린샤가 퇴장당했으나 결승전에 출전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레드카드를 받아도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WSJ는 7일(현지시간) '월드컵 심판 도널드 트럼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결국 미국 대표팀은 정치적 개입이라는 의혹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고, 설령 미국 대표팀이 경기에서 승리했더라도 트럼프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도는 다르지만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FIFA의 경기 시간 조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영국 일간 더선은 6일 "FIFA가 악천후를 우려해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16강 경기 시간을 앞당기려 했으나 스타머 총리가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경기 시간을 앞당길 경우 해발고도 2,240m 고지대에서 열리는 경기에 잉글랜드 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는 게 이유였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이 경기를 앞두고 펍(주점) 영업시간 제한 완화령을 내리기도 했다. 오전 1시에 시작한 16강전 경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오전 5시까지 술을 팔도록 허용하는 조치였다.
국민적 관심을 끌려는 과욕이 인종차별적 언사로 표출되며 외교적 결례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셀레스테 아마리야 파라과이 상원의원이 그랬다. 좌파 성향의 '진정한 급진 자유당' 소속인 아마리야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프랑스 대표팀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를 저격하겠다며 "프랑스인 행세를 하려고 애쓰는 식민지 출신 카메룬인", "글쓰기도 배우지 못한 야만인" 등 수준 이하의 막말을 올렸다.
파라과이 정부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파라과이 외교부는 "아마리야 의원은 파라과이 정부나 국민을 전혀 대변하지 않는다"며 "음바페를 겨냥한 그의 발언은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 공존, 인간 존엄성 존중이라는 가치와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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